몇 년 전 세종시로 전입해 온 공무원 A(46)씨는 신도심의 조그만 도시형 생활주택에 전세로 살다 올 7월 아파트(69㎡)로 전세(1억원)를 옮겼다. 집 주인은 퇴직을 앞둔 대전의 한 직장인이었다. A씨는 “집 주인이 퇴직을 앞두고 투자를 한 것으로 안다. 집 값이 많이 올라 성공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년 전 세종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B(29)씨도 원룸생활을 하다 최근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82.5㎡)에 전세로 들어갔다. B씨는 “집 주인은 강원도에 사는 군인으로 안다”며 “전세금이 1억3,000여만원인데 투자용으로 매입해 싸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개인 소유 주택 10채 가운데 4채 정도는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지인 주택 소유 비율이 전국 평균의 3배에 육박하면서 이른바 ‘외지인의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세종시 개인소유 주택 8만5,985가구 가운데 외지인 소유는 3만2,139가구(37.4%)로 집계됐다.
세종시의 외지인 주택 소유 비율은 전국 평균(13.5%)의 세 배에 육박하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대전(14.2%)과 충남(17.9%), 충북(13.7%)보다도 한참 높았다.
세종시는 2주택 이상 소유자 비중(20.3%)도 가장 높았다. 2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외지인이 타 지역보다 많은 셈이다.
이는 출범 6년 차 세종시 주택 소유 흐름이 여전히 투자 목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투자 목적의 주택 소유 경향은 자가 비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시 자가 비율은 53.6%(10만4,325 가구 가운데 5만5,925)로, 서울(49.2%)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상위권에 랭크된 울산(63.2%), 경남(61.9%), 경북(60%)과 비교해선 6~10% 정도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세종시 주택이 외지인, 특히 대전과 청주 등 인접 지역 주민들의 투자용 부동산으로 전락하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 추가 이전을 비롯해 최근 청신호가 켜진 국회 세종의사당 등 대형 호재를 틈 탄 외지인 투자가 더 활개를 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애초 개발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과 충북 청주 등 인접 지역의 인구를 세종시가 흡수하는 이른바 ‘빨대 현상’도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투기지역 지정 등 강력한 규제로 잠시 문의가 줄었지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물건을 문의하는 외지인들이 다시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세종시 행정도시는 공공이 개발해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오른 곳인데 이 곳에서 특별공급 받은 사람들을 계속 살게 하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팔아도 되게끔 제도 설계를 하니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1가구 1주택도 보유 기간이 짧으면 양도세를 많이 내게 하는 등 투자보다는 실거주를 유도하는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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