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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호아킨 로드리고(11.22)

입력
2018.11.2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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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후에즈 협주곡'의 호아킨 로드리고가 1901년 오늘 태어났다. conservapedia.com
'아랑후에즈 협주곡'의 호아킨 로드리고가 1901년 오늘 태어났다. conservapedia.com

아랑후에즈 협주곡(아랑훼즈 협주곡, Concierto de Arnajuez)은 기타를 관현악 협주 악기의 반열에 올린,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의 대표곡이다. 그 곡에는 점자로 악보를 쓴 맹인 작곡가 로드리고의 생애만큼이나 극적인 이야기들이 얽혀 다닌다.

로드리고는 1901년 11월 22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태어났다. 3세 무렵 디프테리아로 시력을 잃었고, 8세 때 발성과 기악 공부를 시작했고 16세 무렵부터 화성과 작곡을 익혔다. 1927년 파리 고등사범음악원으로 유학, 30대 말부터 이런저런 곡들을 발표했다. ‘협주곡’은 파리 시절인 1939년 작곡돼 이듬해 11월 바르셀로나 카탈라나 뮤직홀에서 처음 연주됐다. 기타와 잉글리시 호른 음색이 돋보이는 낭만적 선율의 3악장 곡은 스페인의 민족적 열정(3악장)과 애수(2악장)를 가장 아름답게 구현했다는 평을 얻었고, 그는 일약 스페인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부와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터키 출신 피아니스트 빅토리아 카미(Victoria de Kamhi, 1905~1997)와 결혼하던 1933년의 그는 가난한 음악가였다. 그들은 승용차가 아닌 기차로 신혼여행을 떠났고, 그 중 한 곳이 당시엔 황막했다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도시 아랑후에즈였다. 더욱이 때는 봄 여름의 꽃도 없는 황량한 1월이었다. 저 협주곡에 그 가난의 추억과 사랑이 담겼다는 전설이 그렇게 시작됐다. 39년 봄 아이를 유산한 빅토리아를 위로하기 위해 쓴 곡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로드리고가 43년 쓴 편지에 따르면, 그는 저 곡의 악상을 38년 9월 지인들과 저녁 만찬을 즐기다 처음 떠올렸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던 이 중 한 명이 그가 저 곡을 헌정한 기타리스트 레히노 사인즈(Regino Sainz)였다.

곡이 초연된 40년은 스페인 내전에서 승리한 무솔리니 정권이 예술 전반에 걸쳐 까탈을 부리던 때였다. 곡과 그의 성공을 두고 일각에서는 협주곡이 신정권 출범을 찬미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정설은 16세기 스페인의 화려한 역사를 회고하는 민족주의가 무솔리니의 구미에 맞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 모든 설들에 대해 로드리고는 일절 함구했고, 부부는 해로했다. 아랑후에즈는 협주곡 선율처럼 스페인의 애수와 사랑의 열정이 깃든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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