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의 34세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 리타 헤스터(Rita Hester)가 1998년 11월 28일 살해당했다. 정황상 명백한 ‘증오 범죄(Hate Crime)’였다. 한 주 뒤 금요일(12월 4일), 그의 죽음에 분노한 이들, 애도하는 이들 250여 명이 조용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 즈음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젠더 활동가 그웬들린 앤 스미스(Gwendolyn Ann Smith, 1967~)는 트랜스젠더 지인들과 헤스터의 죽음을 두고 대화하던 중 채널리 피켓(Chaelle Pickett)이란 이를 거론하게 된다. 피켓은 헤스터와 마찬가지로 불과 3년 전 금요일 밤 동네 나이트클럽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매사추세츠의 트랜스젠더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의 누구도 피켓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90년대 중반 AOL에 최초의 트랜스젠더 공개 온라인 포럼을 개설해 운영했던 인권운동가겸 그래픽 디자이너인 스미스는 ‘Remembering Our Dead’라는 제목의 웹사이트를 개설, 1970년대 이후 증오 범죄에 희생된 트랜스젠더들의 이름과 사연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11월 20일을 ‘트랜스젠더 희생자 추모의 날’로 지정,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함께 각종 추모ㆍ기념행사를 갖기 시작했다. 희생자들의 이름 낭독하기, 촛불집회, 영화제 등 다양한 예술행사를 진행했다. 샌프란시스코 캐스트로(Castro) 게이 빌리지에서 시작된 행사는 해를 거듭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이제 캐나다와 호주, 폴란드, 러시아, 필리핀, 한국 등 20여 개국 200여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행사가 됐다. 근년에는 추모와 공감, 증언의 소극적 행사를 넘어 차별 없는 삶을 위한 책임과 성찰, 실천의 행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웬들린 앤 스미스는 2012년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왜 우리는 기억(추모)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가 오늘 희생자를 기억하며 그들의 값진 희생을 추모하는 것은, 내일, 그리고 이후 살아갈 모든 나날 동안 우리의 정당한 삶을 위한 싸움을 지속하기 위해서다”라고 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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