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될 당시 상황을 녹음한 오디오 테이프에 대해 “직접 듣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해당 테이프의 내용에 대해 이미 보고를 받은 결과,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져서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일은 피하고 싶다는 취지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이뤄진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테이프’와 관련, 모든 브리핑을 이미 다 받았다고 한 뒤, “내가 직접 테이프 내용을 듣고 싶지는 않다”며 “왜냐하면 고통스런 테이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끔찍한 테이프”라며 “매우 폭력적이고, 매우 잔인하며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사전녹화 방식으로 행해진 이번 인터뷰는 이날 오전 방송됐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이 사건과 관련, 그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달 초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하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초기부터 제기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빈 살만 왕세자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왔다. 사우디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가능한 한 사우디 왕실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빈 살만 왕세자와의 연결고리를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계속 공개됐고, 결국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CIA 보고와 관련, 전날 기자들에게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CIA의 판단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면서, 19일 또는 20일에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세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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