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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무역전쟁’ 후폭풍에 APEC 공동성명 채택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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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무역전쟁’ 후폭풍에 APEC 공동성명 채택 불발

입력
2018.11.18 21:36
수정
2018.11.18 23: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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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승자 있는 대결 없다”

펜스 “中 먼저 행로 바꿔야”

CEO포럼서 가시 돋친 설전

#양국 정상 조만간 만나 담판

타협안 도출 놓고 막판 기싸움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 갈등이 결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의 ‘공동성명 채택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APEC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이 불발된 것은 1993년 첫 회의 시작 이후 처음으로, 미중 양측은 이번 회의에서 특히 ‘무역 전쟁’과 관련해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며 정면 충돌했다.

18일 APㆍ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통상 문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시 주석은 “인류는 협력과 대결, 개방과 폐쇄, 윈윈 발전과 제로섬 게임이란 갈림길에 섰다”면서 “역사는 모든 형태의 대결에서 승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칙은 국제사회가 함께 제정하는 것이지 누구의 팔뚝이 굵고 힘이 세다고 해서 그가 말한 대로 되는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비난하면서 “중국이 행로를 바꿀 때까지 미국은 행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뒤 현재 2,500억달러(약 283조원)인 대중국 관세 부과 규모를 갑절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시 주석 대외전략의 핵심축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참여국들이 빚더미에 앉았다는 논란을 부각시키려는 듯 “우리는 동반자들을 빚의 바다에 빠뜨리지도, 다른 나라의 독립성을 억압하거나 훼손하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미중의 이처럼 날이 선 공방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못한 첫 회의로 만들었다고 이날 외신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AFP통신은 “미중 간 설전 이후 APEC 정상들이 갈라졌다”고 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무역과 관련한 특정 요소를 둘러싸고 시각차가 있었다”며 미국과 중국에 그 책임이 있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미중이 공개석상에서 맞붙긴 했지만, 열흘 남짓 후인 내달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일정 수준의 타협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에 대비한 막바지 힘겨루기라는 것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양국 정상이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만나는 만큼 관세 휴전에 합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국 정상이 협상의 필요성에 공감한 지난 1일 전화통화 당시 미국 주가는 연초 대비 10% 가량 급락한 때였고 시 주석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인정한 직후였다는 게 근거다. 무역전쟁의 충격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갑작스레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 양국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지난 9일 전화통화를 가진 데 이어 류 부총리의 방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중국 상무부는 고위급협상 재개 사실을 공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 확대와 지재권 보호조치 강화,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담은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16일 “중국이 거래를 원하며, 추가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정상 간 담판에서 ‘합의문’이 나오더라도 ‘일시적 휴전선언’에 가까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중국 전문가인 에스워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중국 정부는 첨단분야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 매파는 이를 자국의 존망이 달리 문제로 보고 있어 교착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양국이 소비재에 대한 긴장을 높이기 전에 현재 경로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하는 성격이 짙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타협안에 대해 “4, 5개의 큰 것이 빠져 있다”고 여지를 남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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