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리공장을 찾아 사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18일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했다. 어떤 난관에도 경제 강국 건설 노선을 이룩하라는 주문도 더했다. 북미 협상 장기화 조짐 속, 내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이자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주민 기대감을 낮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평북에 있는 대관유리공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우선 ‘혁명사적교양실’과 ‘연혁소개실’을 찾아 종업원에 대한 사상 교육 현황을 파악했다. 김 위원장은 “생산 장성과 기적 창조의 기본 열쇠도 사람들의 사상 정신 상태에 달려있다”는 말로 사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공장당 조직이) 공장의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그 어떤 천지풍파 속에서도 변심 없이 굳센 의지와 신념을 간직하고 우리 당의 경제강국 건설노선을 맨 앞장에서 받들고 헤쳐나가는 투사들로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품질 향상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대관유리공장에서 만든 유리제품들과 광학기재들은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극찬하면서도 ‘세상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의 현대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공장의 전반적인 생산 공정과 제품 검사 공정에 대한 현대화 사업과 새 기술도입 사업에 계속 힘을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의 대관유리공장 방문은 2014년 5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당시 군부 관계자들과 동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 간부들이 수행했다는 점에서 군수 물품이 아닌 민수 제품 생산 독려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현장 시찰을 통해 근로자를 독려하고, 성과를 주문한 배경에는 단기간 내 대북제재 완화에 기반을 둔 경제 성장을 이룩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북미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이 줄줄이 연기되는 등 협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며 대북제재 완화 시점도 덩달아 불투명해지자 내부 성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으리란 것이다.
경제 발전에 대한 주민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현재 건설자재가 보장되지 못해 건설을 다그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료해(파악)하시고 현지에서 대책을 취했다”고 언급하면서 “공장의 근로자들이 아무런 불편도 모르고 노동생활과 문화정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합숙과 구내 식당도 잘 지어주고 문화후생시설로 꾸려주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북한이 북미 협상 장기전(戰)에 돌입하려는 양 거듭 강조해온 ‘자력갱생’, ‘자급자족’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같은 날 ‘완강한 공격 정신으로 찬란한 내일을 앞당기시며’ 제하 기사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목표 수행을 위한 증산돌격운동이 힘있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어떤 시련과 난관 속에서도 추호의 동요 없이 완강한 공격 정신으로 당이 가리킨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사람”, “온 넋과 심장을 바쳐서라도 당의 구상과 결심을 현실로 펼쳐놓는 사람”이 ‘참된 혁명가’이자 ‘열렬한 애국자’라고 강변했다. 신문은 또 ‘자력갱생의 넋을 심어주시던 나날에’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를 통해 자력갱생의 정신이 오래 전부터 강조돼왔음을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최근 국방과학원 시험장에서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하고, 권정근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명의로 ‘핵ㆍ경제 병진 노선’ 부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두고도 북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북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은 물론, 외부 교류를 튼 이후에도 경제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심을 잠재우는 데도 목적이 있었으리란 것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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