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내년 서거 500주년 특별전에 작품 빌려주기로 결정
문화차관 “이탈리아는 소외”… 양국간 협약 전면 재검토 시사
포퓰리즘 정부의 ‘伊 우선주의’ 문화ㆍ예술 분야에도 불똥
지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이탈리아 우선주의’가 문화예술 분야에까지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1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문화부는 자국이 소장 중인 르네상스 시대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주요 그림 전체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대여해 주기로 한 전임 행정부의 결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빈지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모나리자’를 소장하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내년 9월 다빈치 서거 500주년을 맞아 그의 회화 걸작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특별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해 이탈리아 정부와 협약을 체결, 다빈치의 주요 회화 작품들을 공수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루치아 베르곤초니 문화부 차관은 이를 뒤집으려 할 태세다. 그는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전 문화부 장관이 루브르 박물관과 맺은 협약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루브르에 다빈치의 그림 전부를 보내면, 이탈리아는 다빈치 서거 500주년이라는 대규모 문화 행사에서 소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빈치는 이탈리아인이고, 프랑스는 그의 사망 장소일 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452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다빈치는 1519년 프랑스에서 사망했다.
베르곤초니 차관은 “(루브르 박물관 측과) 모든 것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박물관의 자율성도 중요하나, 국가적 이익이 뒤로 밀릴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가 (다빈치의 그림) 전부를 가져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루브르 박물관은 내년 이탈리아에서 다빈치의 주요 그림을 일괄 대여받는 대가로, 자신들이 보유한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그의 서거 500주년이 되는 2020년 로마 스쿠델리 델 퀴리날레 박물관에 빌려주기로 합의했었다. 이와 관련해서도 베르곤초니 차관은 “라파엘로의 작품 대부분은 이미 이탈리아에 있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는 이동 가능한 그림들만 보내겠다고 제한했다”면서 지난해 양국 간 합의가 이탈리아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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