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새 처방률 14% 증가… 오ㆍ남용땐 내성으로 목숨 잃을 수도
#고열과 기침, 누런 가래 증상으로 고통 받던 50대 남성 김모씨. 병원에서 폐렴으로 진단받고 처방 받은 항생제를 복용했다. 하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김씨는 과거에 감기에 걸릴 때마다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의사에게 요구했다. 이 같은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김씨는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돼 항생제가 듣지 않는 상태가 됐다.
항생제를 감기약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항생제를 처방 받아야 감기가 더 빨리 낫는다고 잘못 생각해서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며, 보통 1~2주 이내 자연히 호전되며, 세균 감염이 아니어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피부, 장, 입ㆍ코 점막 등에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갖게 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이처럼 반복적인 항생제 오ㆍ남용이 항생제 내성균을 갖게 만들고 결국 내성균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높아진다.
그렇다고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 감기를 앓다가 2차 세균 감염이 생기기도 한다. 세균성 폐렴, 기관지염, 축농증 등이 대표적이다. 열흘 이상 감기가 지속되거나, 38도 이상 고열이 점차 심해지거나,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이 있으면 전문의에게 항생제 투약 여부를 상의해야 한다.
11월 셋째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이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감기 처방 항생제를 50%, 전체 항생제 사용을 20% 줄이려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항생제 처방률 8년 새 14% 증가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2008년 25DDD에서 2016년 34.8DDD로 2015년 28DDD로 13.9% 정도 증가했다. DDD(defined daily doses)는 1,000명당 하루 의약품 사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이처럼 높은 항생제 처방률은 다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2016년 우리의 항생제 사용량은 34.8DDD로, OECD 회원국 중 터키, 그리스에 이어 3번째로 많다. OECD 26개국 평균 사용량 21.2DDD의 1.6배 수준이다. 특히 이웃 일본의 항생제 사용량(14.19DDD)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의료기관별로는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의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여전히 높다. 상급종합병원의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2014년 23.38%에서 2016년 15.31%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2016년 기준 종합병원(38.32%), 병원(46.69%), 의원(42.82%) 등의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여전히 높았다.
항생제를 많이 쓰면 내성(耐性)이 필연적이다. 항생제를 오ㆍ남용하면 내성은 가속화된다. 또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항생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마음대로 조절하다간 감염이 재발할 수 있고,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생길 수 있다.
항생제 내성률, OECD 회원국 ‘상위’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도 높은 편이다. 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황색포도상구균 항생제 메티실린 내성률은 67.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카바페넴 내성률(30.6%)은 2번째,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내성률(28.7%)은 3번째로 높았다.
항생제 내성 원인은 다양하다. 불필요한 처방과 오ㆍ남용, 의료기관 관리시스템 미흡, 내성 해소할 항생제 부재 등이 꼽힌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은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성균 전파를 막기 위해 개인 위생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사람-동물-환경 전체로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One-health)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항생제 내성균이 생기면 환자 한 명의 치료가 어려워지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간 접촉 등을 통해 지역사회 내, 병원 내, 나아가 지역사회와 병원간으로 확산된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 패혈증에 걸렸을 때 쇼크가 오면 항생제가 유일한 치료제인데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사람은 사망률은 매우 높다”고 했다.
또한 항생제 내성균이 다른 나라에도 전파되기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만명이다. 영국 국가항생제내성대책위원회(AMR)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1,000만명이 감염병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우므로 필요할 때만 항생제를 써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특히 세 가지 이상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 감시체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배양검사와 유전자검사(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재정지원과 충분한 격리실 운영을 위한 건강보험 급여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대표적인 항생제 종류](자료: 약학정보원)
종류 | 약물군 | 대표적 약물 | |
세균 세포벽 합성 저해제 | 페니실린계 | 아목시실린, 아목시시린+클라불란산, 암피실린 등 | |
세팔로스포린계 | 세파클러, 세파드록실, 세파드린, 세팔렉신, 세픽심, 세포탁심 등 | ||
세균 세포막 기능 저해제 | 폴리믹신 | ||
엽산 합성 저해제 | 술폰아미드 | 트리메토프림 | |
핵산 합성 저해제 | DNA 합성 저해제 | 퀴놀론계 | 시프로플록사신, 오플록사신, 레보플록사신, 목시플록사신 등 |
RNA 합성 저해제 | 리팜피신 | ||
단백질 합성 저해제 |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 겐타마이신, 아미카신, 토브라마이신, 네오마이신 등 | |
마크로라이드계 | 에리트로마이신, 아지트로마이신, 클래리트로마이신 등 | ||
테트라사이클린계 | 테트라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 미노사이클린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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