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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선택] 탈북 여성의 실존적 삶과 사랑 ‘마담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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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선택] 탈북 여성의 실존적 삶과 사랑 ‘마담B’

입력
2018.11.17 16:31
수정
2018.11.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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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B’의 한 장면. 씨네소파 제공
‘마담B’의 한 장면. 씨네소파 제공

‘마담B’가 북한 국경을 넘은 건 서른일곱살 때였다. 딱 1년만 돈을 벌어 남편과 두 아들 곁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현실은 잔인했다. 그녀는 브로커에게 속아 가난한 중국인 농부 ‘진씨’에게 팔려가고 만다. 처음엔 돈을 모아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돈은 벌리지 않았고 때를 미루다 보니 두 번째 결혼 생활도 10년이 흘렀다.

마담B는 북한 가족에게 생계비를 보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다 탈북 브로커가 됐다. 중국에 밀입국한 지 5년째 되던 해 큰아들을 탈북시켰고 몇 년 뒤 작은아들과 북한 남편까지 남한으로 보내는 데 성공한다. 중국인 남편 진씨는 그런 그녀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녀의 두 아들을 배려해 아이도 포기했다. 착하고 다정한 진씨를 어느새 깊이 사랑하게 된 마담B는 이제 불안정한 신분에서 벗어나 진짜 한국인이 되어 진씨와 공식적으로 결혼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남한에 있는 북한 가족 곁으로 떠나기로 한다. 진씨는 그녀가 돌아오기를 묵묵히 기다린다.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담B’는 한 탈북 여성의 실존적 삶을 통해 분단의 아이러니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마담B와 다른 탈북자들이 감시의 눈을 피해서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고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을 넘어 남한에 다다르기까지 숨가쁜 여정에도 동행한다. 그 여정은 그녀가 살아온 삶처럼 험난하고, 또한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운명인 듯 두렵다. 윤재호 감독은 실제로 불법 밀입국까지 감행하며 시대의 아픔을 스크린 위로 생생하게 실어 나른다.

중국과 남한에는 마담B를 원하는 두 남편, 두 가족이 있다. 그녀는 남한에서 북한 가족과 살면서도 중국 가족을 그리워한다. 중국 남편과의 인연을 놓지 않는 엄마를 바라보며 두 아들의 입장은 상반되게 갈린다. 양쪽의 경계에 선 그녀의 삶에는 분단의 비극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삶을 섣불리 지지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마담B’의 한 장면. 씨네소파 제공
‘마담B’의 한 장면. 씨네소파 제공

마담B는 시대의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관통해 왔다. 가난에서 도망치자 또 다른 가난이 닥쳐왔고, 윤택한 삶이 있을 줄 알았던 그곳에는 더욱 선명하게 대비되는 가난이 있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아픔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은 또 다른 헤어짐을 낳았다. 자유를 갈망했으나 더욱 심한 의심과 억압을 견뎌야 했다. 카메라는 마담B를 옭아맨 아이러니의 굴레를 차분히 따라가며 분단 시대의 야만성을 고발한다.

탈북 브로커, 엄마, 그리고 여자. 하나의 정체성에만 국한되지 않는 마담B는 캐릭터로서 매우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존재다. 그녀는 자신을 덮친 운명의 소용돌이에 굴복하지 않고 담대하게 돌파한다. 그 강인한 생명력의 원천은 바로 ‘사랑’이다. 그런 점에서 ‘마담B’는 삶을 사랑한 한 여성의 멜로 드라마이기도 하다. 대상에 밀착하지만 개입하지는 않는 윤재호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은 드라마의 힘을 증폭시킨다. 특히 노래 ‘초혼’이 흐르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먹먹해지는 가슴을 주체하기가 힘들어진다.

‘마담B’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풀 데이즈’에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배우 이나영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한 ‘뷰티풀 데이즈’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호평받았다. 경계에 선 사람들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오던 윤재호 감독은 중국에서 우연히 만난 마담B의 삶에 매료됐다. 그렇게 다큐멘터리 ‘마담B’가 먼저 만들어졌고 이어서 이나영을 사로잡은 극영화 시나리오가 탄생했다. ‘마담B’는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작품상, 취리히국제영화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 등을 수상했고,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개봉했다.

‘마담B’와 ‘뷰티풀 데이즈’를 같이 관람하기를 권한다. 씨네소파 제공
‘마담B’와 ‘뷰티풀 데이즈’를 같이 관람하기를 권한다. 씨네소파 제공

 

 강추 

‘뷰티풀 데이즈’와 함께 보기를. 마담B의 마지막 소망은 ‘뷰티풀 데이즈’의 엔딩에 담긴 듯 보인다.

 비추 

보고 싶어도 상영관을 찾기 힘들다. 15일 기준 전국 24개 극장, 33개 스크린에서만 상영한다. 발품 들이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면 비추. 그러나 발품 들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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