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왕세자 형제 주미 사우디 대사
카슈끄지에 안전 약속하며 “영사관으로 가라”
사실상 왕세자가 몸통... 국제사회 압박 고조될 듯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를 지시한 인물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줄곧 주장해온 사우디 정부와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과 사우디 동맹 간 긴장관계가 당분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CIA는 사실상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몸통이 무함마드 왕세자라고 봤다. 연결고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와 형제 지간인 칼리드 빈 살만 주미 사우디 대사다.
CIA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면, 칼리드 대사는 카슈끄지가 살해당하기 전 그에게 전화를 걸어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가서 서류를 수령하라고 말했다. 또 카슈끄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약속도 했다.
이 통화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미 정보당국에 도청됐다. 다만 칼리드 대사가 카슈끄지가 살해당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CIA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번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소한 문제들까지 챙기는 데다, 그의 개입 없이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
CIA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훌륭한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인 동시에 잔혹하고 오만한 인물로 봤다. 그는 또 자신이 확고한 권력을 기반을 갖고 있고, 미래 집권을 당연시하며 왕위를 잃을 위험도 없다고 믿고 있다고 CIA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 CIA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사우디는 즉각 반발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 측은 “CIA의 결론으로 내려진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칼리드 대사는 카슈끄지와 터키행과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IA마저 사우디의 주장을 뒤엎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사우디를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무함마드 왕세자 역시 정치적 내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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