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짜리 미니 드라마 1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됐다.
검사는 간단하다. 3차원 가상현실(VR) 시청 장비를 쓰고 7분 분량의 미니 드라마를 본다. 생일을 맞은 1명과 생일파티에 초대 받은 6명에게 일어나는 상황이 드라마 내용이다. 7분에 불과하지만 등장인물, 배경, 소품, 어투 및 억양 등 모든 요소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돼 개인 인지기능 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드라마를 본 뒤 20분간 ‘그 여성이 착용한 액세서리는 무엇인가’ 등 102개 질문에 답하면,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통해 점수를 환산해 치매 여부를 진단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치매 진단 기술은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최지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김고운 전북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만들었다.
나 교수는 “피험자가 모니터를 안경처럼 착용해 볼 수 있는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쓴 상태에서 드라마를 보도록 해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했다.
기존 검사가 여러 단어를 나열하고 제한된 시간에 암기하라는 등 일종의 시험과 같았다면 새로운 진단법은 피험자 인지기능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연구팀이 주관적 인지기능장애, 경도(輕度)인지장애, 치매 환자 등 52명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93.8~95.1%의 검사정확도를 보였다. 영상을 본 피험자의 답변 내용만으로도 해당 피험자가 정상,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을 거의 정확히 감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를 세분화해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 성분이 있어 치매가 있을 가능성이 높을 때도 새 진단법으로 치매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또한, 치매 확진 시 필요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 대상자도 간추릴 수 있어 불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최근호에 게재됐다.
나 교수팀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전국 건강검진센터 등에 드라마 영상을 담은 CD와 설문지 등을 보급할 계획이다.
치매 전(前)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는 방치하면 5년 안에 90%가 치매가 된다. 현재 병원에서 치매 여부를 진단할 때는 신경심리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해야 한다. 이들 검사를 모두 받으려면 150만~200만원 정도 들고, 검사시간도 2~3시간이나 걸려 검사를 받는 이가 많지 않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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