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배양 독감백신’ 예방 효과 더 높아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늘면서 보건당국이 독감유행주의보를 내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10일 독감 의심환자가 의료기관 외래환자 1,000명당 7.8명으로 유행기준인 6.3명을 넘었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12월 1일 유행기준을 넘어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올해는 2주 정도 이르다.
독감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급격히 확산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어 집단생활을 하는 어린이ㆍ고령인에게 특히 주의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18세 청소년은 독감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지만 독감 유행할 때 발병률이 가장 높고, 지역 사회에 전파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6~1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방백신 단체 접종을 시작했는데 이 시기 고령자 접종률이 매우 낮았음에도 전체 사망률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일본 내 1962~1987년 청소년의 높은 독감백신 접종률이 전파를 줄여 폐렴ㆍ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들 연령대에서 급격히 전파되는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독감 예방백신 무료접종 대상자를 확대하고 있다. 3년 전까지 만 65세 이상만 대상이었던 독감 예방백신 무료접종은 2016년 생후 6개월~36개월 영ㆍ유아로 확대된 이래 지난해 만 5세 이하, 올해 만 12세 이하로 대상 연령층이 확대됐다.
하지만 예방접종률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생후 6개월~12세 독감 예방백신 무료접종 대상자 562만명 중 실제 접종을 마친 이들은 60.6%로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률 80.6%보다 낮았다(질병관리본부).
독감은 백신 접종만으로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12월이면 독감이 본격 확산되고 예방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려면 2주 정도 필요하기에 예방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독감백신은 제품마다 특성이 다르다. 독감백신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3가’와 ‘4가’ 다. 독감 바이러스는 A, B, C 세가지 형으로 구분되는데 A형과 B형이 사람 사이에서 유행한다. 독감백신은 A형 2종과 B형 1종 항원 등 3개를 막는 3가 백신이 주로 국내에서 접종돼 왔다. 그러나 3가 독감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B형 미스매치(mismatch)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더 폭 넓은 예방 효과를 위해 4가 독감백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4가 독감 백신은 기존 3가에 B형 바이러스주 1종이 추가된 백신이다.
독감백신을 구분하는 또 다른 차이는 바이러스 배양방식이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독감백신은 유정란을 이용해 생산된다. 유정란 방식은 준비하는 단계부터 백신이 생산되기까진 6개월여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계란이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나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에게 접종이 제한된다.
대안으로 개발된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은 동물 세포에서 백신을 생산하므로 제조과정에서 달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항생제나 보존제도 투여하지 않는다. 또 백신 생산기간이 짧아 신종플루나 홍콩독감 같은 변종 독감이 유행할 때 더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미국 CDC에선 올 3월 독감 바이러스를 유정란에서 배양하는 과정 중 A형 H3N2의 바이러스 소(小)변이가 잘 일어나 백신 효과를 줄인다며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이 유정란배양 방식보다 예방효과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2015년 처음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이 개발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도 내놓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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