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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비애…공기청정기 격전장 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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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비애…공기청정기 격전장 된 코리아

입력
2018.11.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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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슨 신제품 영국보다 먼저 출시 

 유럽産 쏟아지고 국내 기업도 러시 

 기술장벽 높지 않은 것도 이유 

 올해 최초로 250만대 찍을 듯 

지난 6일 오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지난 6일 오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세계에서 공기청정기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유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14억에 이르는 인구도 인구지만 바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심각한 미세먼지 탓이다.

우리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마스크 착용을 걱정할 정도로 미세먼지가 장난 아니다. 일상이 된 미세먼지로 공기청정기 시장은 최근 2년 간 무려 세 배나 커졌다. 국내외 기업들은 앞다퉈 공기청정기를 내놓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구매력까지 갖춘 한국은 전 세계 공기청정기들의 격전지가 됐다.

지난 15일 영국 기술기업 다이슨은 온풍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 퓨어 핫앤쿨 공기청정기를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디자인은 올해 3월 출시한 퓨어 쿨 공기청정기와 비슷하지만 공기를 정화하며 따뜻한 바람까지 내뿜도록 성능이 업그레이드 됐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중국과 일본에서 먼저 선보였고 이어 국내에 출시됐다. 다이슨의 고향인 영국에서는 아직 팔지 않는다. 다이슨 측은 “아무래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출시 국가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벤타사의 ‘벤타에어워셔’가 들어온 게 1993년인걸 감안하면 수입 공기청정기의 국내 상륙 역사는 20년이 훌쩍 넘는다. 그 동안에도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특히 올해는 수입 공기청정기 신제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의 코드리스 공기청정기(왼쪽)와 스위스 아이큐에어의 HP250(가운데), 스웨덴 블루에어의 클래식 650E. 각 사 제공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의 코드리스 공기청정기(왼쪽)와 스위스 아이큐에어의 HP250(가운데), 스웨덴 블루에어의 클래식 650E. 각 사 제공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돼 6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한 어웨어는 지난 2월 초정밀 레이저 센서를 탑재한 어웨어 민트를 출시했다. 2007년 국내에 진출한 스웨덴 기업 블루에어는 올해 2월 개인용 공기청정기 블루퓨어411에 이어 4월엔 파티클 필터를 적용한 클래식 600 시리즈의 미세먼지 스페셜 에디션까지 선보였다. 일본 카도의 AP-C200, 스위스 아이큐에어의 HP250, 벤타코리아의 LP60 등도 올해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에어컨 업계 3위 캐리어에어컨이 지난 10월 클라윈드 에어원 11종을 내놓으며 공기청정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5월에는 헤어드라이어 1위 유닉스전자가 첫 제품을 공개하며 공기청정기에 도전했고, 대우전자도 3월 클라쎄 브랜드 첫 번째 공기청정기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자제품 유통회사 전자랜드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공기청정기가 11개 브랜드이고 모델 종류로는 75개에 이른다.

모델이 올해 공기청정기 시장에 뛰어든 대우전자의 클라쎄 공기청정기를 소개하고 있다. 대우전자 제공
모델이 올해 공기청정기 시장에 뛰어든 대우전자의 클라쎄 공기청정기를 소개하고 있다. 대우전자 제공

공기청정기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것은 수시로 한반도를 뒤덮는 미세먼지 영향이 절대적이다. 건강을 위해선 집 안에서라도 맑은 공기를 갈구할 수밖에 없다.

다이슨 신제품 발표회에서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회원인 한양대 윤호주 교수는 “실내공기의 질은 대기오염과 거주자의 생활 습관이 결정하는데, 우리 대기오염은 최근 5년간 호전되지 않고 있다”며 “공기청정기는 실내공기 오염을 낮출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TV나 스마트폰처럼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은 생활가전이란 것도 공기청정기 범람에 영향을 미쳤다. 어떤 제조사든 공기청정기의 핵심 부품이 모터와 필터란 건 똑같다.

모터를 직접 만드는 곳이 있지만 전문기업에서 구입이 가능하고, 초미세먼지를 거르는 헤파(HEPA) 필터 원단도 외부 조달이다. 다만 필터 설계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는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다. 다이슨의 경우 9m 길이의 헤파 필터를 200번 이상 접어서 공기청정기에 넣는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다이슨 모델이 먼지가 잘 보이는 조명 아래서 퓨어 핫앤쿨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다이슨 모델이 먼지가 잘 보이는 조명 아래서 퓨어 핫앤쿨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는 용량, 고성능 미세먼지 감지 센서, 공간의 구석구석으로 바람을 보내는 공기흐름 제어기술, 정교한 사물인터넷(IoT) 기능, 고급 소재와 유려한 디자인 등이 더해지면 프리미엄 제품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물론 가격도 오른다.

국내에서는 저렴한 10만원대부터 1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제품까지 골고루 팔리는데, 중국 샤오미의 미에어 시리즈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기본 기능과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정확한 가전 판매량이 집계 되지 않지만 업계는 올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를 렌탈을 합쳐 약 250만대로 추산한다. 2016년 80만대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무시무시한 성장세다. 각 시도교육청들이 앞다퉈 학교 교실에 설치를 하며 올해는 판매량이 더 뛰었다.

공기청정기에 통상 필수가전의 기준으로 잡는 연간 100만대는 이미 우스워졌다. 지난해 연 200만대 시장으로 커진 에어컨까지 올해는 꺾을 게 확실시된다. 처음에는 거실에 들여놨던 공기청정기를 침실과 자녀 방에 하나씩 추가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미세먼지가 공기청정기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국내 한 제조사 관계자는 “매출로 따지면 최고가 아니어도 판매대수로는 단연 최고”라고 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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