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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전술무기 실험장 찾은 김정은, 미국 압박 '계산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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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전술무기 실험장 찾은 김정은, 미국 압박 '계산된 행보'

입력
2018.11.16 17:59
수정
2018.11.16 23: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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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교착 국면서 타개 노림수… 美 크게 자극 않도록 수위 조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북미간 북핵협상 교착 국면 타개를 위한 기싸움에 나섰다.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진행했다고 전격 공개하며, 언제든 대결국면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미국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 실험으로 수위를 낮추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대미 압박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을 찾아 신형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무기개발 관련 현장 지도는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약 1년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당의 정력적인 영도 아래 오랜 기간 연구개발 되어온 첨단전술무기는 우리 국가의 영토를 철벽으로 보위하고 인민군대의 전투력을 비상히 강화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기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김 위원장이 “오늘의 성과는 당의 국방과학기술중시정책의 정당성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국방력에 대한 또 하나의 과시로 되며 우리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획기적인 전환”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시험 지도를 위해 찾은 국방과학원 시험장은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무기 종류나 실험 형태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번 신형전술무기 실험 공개는 최근 북핵협상 흐름을 철저하게 계산한 끝에 나온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8일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뒤 북핵협상 동력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북미대화는) 급할 것 없다”며 미국이 협상 우위에 있음을 과시했다. 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을 경우 이에 대한 상응조치(대북제재 완화)도 없을 것이란 입장도 재차 강조해왔다.

북한 입장에선 협상 판 자체를 실제로 뒤엎지 않으면서도 판이 엎어질 수 있다는 제스처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으로 강조하는 ‘미사일 발사 중단’을 겨냥해 한반도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올 들어 전무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대북압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는 경고를 보냈다는 뜻이다.

실제 북한은 최근들어 여러 매체를 통해 미국의 호응이 여의치 않으면 핵개발과 경제건설을 병행하는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수 차례 흘려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최근 언급한 ‘병진노선 부활’ 위협이 단순한 위협이 아닐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최근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의식해 협상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필요 이상으로 미국을 자극할까’ 고심한 흔적도 역력하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전략무기’가 아니라 굳이 ‘전술무기’라고 명확히 했고, 어떤 내용의 실험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날 “최근 불법 입국한 미국 공민을 추방했다”며 사실상 석방해준 것도 여전히 대결이 아니라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우회적 메시지를 흘린 셈이다.

북한 내 강경 성향의 군부를 달래기 위한 대내용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미 합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군사력 약화에 대한 군부나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현장 지도를 단행했을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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