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ㆍ현직 대통령 영부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고, 현직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역시 백악관 참모를 전격 경질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인사권까지 개입하며 위세를 과시한 멜라니아는 전방위로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미 온라인 안전 연구소가 주최하는 연례 행사에 참석한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사이버 폭력 문제를 해결하자고 역설했다.
자신의 아프리카 순방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라 리카델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대외 활동이다. 백악관은 성명 발표 다음날 리카델을 즉각 경질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에 격동의 회오리 바람을 일으킨 멜라니아가 아무일 없다는 듯 자신이 이끄는 아동복지 캠페인 ‘비 베스트(Be Best)’ 사업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리카델 사태로 백악관 내 멜라니아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영부인으로서 권력이 작동된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했기 때문이다.
캐서린 젤리슨 오하이오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많은 사람들은 멜라니아를 친절하고 온화하게 봤다”며 “이젠 영부인이 백악관에서 갖고 있는 힘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의 수석 비서실장이었던 아니타 맥브라이드는 “리카델 사태는 대통령인 남편에게 마지막 말을 할 수 있는 영부인의 특권을 보여준 것”이라며 “만약 백악관 직원들이 이를 몰랐다면 이번에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멜라니아의 홀로서기 행보에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셸 여사는 회고록 ‘비커밍(Becoming)’ 출간에 맞춰 전미 북투어에 나서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즈음 멜라니아 역시 참모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헤드라인 경쟁에 돌입했다고 WP는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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