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간 동ㆍ서해 국제항공로 연결을 제안하며 남북이 철도길에 이어 새 하늘길 개통을 위한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북제재’라는 걸림돌로 인해 실제 남북간 하늘길이 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항공실무회의에서 북측이 남북 간 동ㆍ서해 국제항공로 연결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동ㆍ서해 항로 노선까지 그려 남측에 제시했다.
북측의 동ㆍ서해 항로 개설 제안은 국제항공로를 더 만들자는 이야기다. 북측이 제안한 동ㆍ서해 국제항공로가 연결되면 우리 항공기가 미주나 러시아 노선 등을 최단 경로로 이용할 수 있다. 북한 항공기 역시 최단 경로로 중국 남부나 동남아 등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남북 간에는 이미 동해안을 지나는 ‘B467’ 국제항공로가 개설돼 있지만, 이 하늘길은 2010년 천안함 침몰에 따른 ‘5ㆍ24 조치’로 끊겼다. 이 하늘길이 막히면서 미주로 향하던 비행기들은 일본 쪽으로 돌아가면서 유류비 부담이 커졌고, 승객들도 1시간 가깝게 비행시간이 길어지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번 항공 실무회의는 남북이 철도ㆍ도로 연결 협력사업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측이 제안해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이 국제적인 대북 제재로 인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항공과 관련된 교류협력도 현재로서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남북은 미국의 대북 제재와 남측의 5ㆍ24 조치 등에 의해 민항기의 상호 취항ㆍ운항이 불가능하다. 남북 항공로에 대해 남북이 논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운항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로 개설 자체가 국제사회가 진행하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로 개설 이후 북한 영공을 통과할 때 지불해야 하는 요금 등은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미주 노선에서 북한 영공을 이용하면 비행 거리를 200~500㎞ 단축할 수 있지만 이 경우 1회당 80만원 수준의 영공 통과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대북 금융제재로 비용지급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한을 경유한 항공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미 행정부의 독자 제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측은 추후 항공당국간 회담을 통해 동ㆍ서해 국제 항공로 연결을 논의해 나가자고 답했다. 남북은 항공분야 전반에 대한 협력 문제도 지속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의 전격 제안에 따라 열린 이번 회의에 우리 측은 손명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등 5명, 북측은 리영선 민용항공총국 부총국장 등 5명이 참석했다. 다음 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손 실장은 “남북 간 항로 개설이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관계부처와 신중하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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