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비만 받고 사라지거나 이성 만남까지 요구하는 취업 준비 모임(스터디)이 늘면서 취업 준비생들을 울리고 있다.
취업 스터디는 구직자들이 취업에 필요한 필기시험이나 면접 정보 등을 공유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2017년 취업 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6명이 스터디 참여 경험이 있다. 그만큼 취업 스터디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온라인 취업 관련 카페에 하루 평균 300건 이상의 스터디 모집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이처럼 취업 스터디가 인기를 끌자 이를 겨냥한 사기성 스터디들도 함께 늘고 있다.
최근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 이 모씨(26)는 서울 신촌의 한 영어 회화 스터디에 참여했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재능 기부식으로 진행하는 스터디 구성이 나름 탄탄해 보여 지원했는데 막상 참여해 보니 수상한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불쾌한 점은 성(性)적인 내용을 회화 주제로 다룬 것이다. 스터디 운영자는 참가 의사를 밝힌 이 씨에게 문자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으로 장문의 안내 글을 보내왔다. 이 씨는 “안내 글이 200자 원고지 24장 분량이었다”며 “10가지가 넘는 항목의 인적 사항을 요구했고 성 관련 주제를 다룰 수 있으며 말수가 적거나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회비도 부담스러웠다. 한 번 모일 때마다 만 원을 내야 하는데 첫 날에 8회 모임에 해당하는 8만 원을 한꺼번에 요구했다. 반드시 먼저 돈을 내야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스터디 운영자는 회화 주제로 이성이 언제 가장 성적으로 매력 있게 보이는지, 연인끼리 성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처음 본 이성과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지 등 처음 본 사람들 사이에 대화하기 민망한 내용들을 제시했다. 결국 이 씨는 스터디 참여를 중단하고 환불을 요구했으나 운영자가 거절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해당 스터디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은 이 씨뿐만이 아니다. 모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된 관련 스터디의 문제점을 제기한 후기에 다양한 피해 사례와 함께 댓글이 300건 이상 달렸다. 후기를 살펴보니 운영자는 여대생들 사이에 사적 만남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한 댓글 작성자는 “돈 내고 성희롱 당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취업 준비생 김 모씨(27)도 최근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모집한 면접 스터디에 지원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일반적인 스터디와 다르게 단체 채팅방이 없고 모임 당일에 문자 메시지로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김 씨는 왠지 수상해 인터넷을 검색해 해당 스터디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의 글을 숱하게 발견했다. 포털에 모임 장소로 알려진 상호명으로 검색하면 ‘00스터디 절대 가지 마세요’ ‘영업하고 사기를 친다’ 등의 피해를 알리는 글이 속속 검색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스터디 운영자는 각종 온라인 취업 정보 게시판에 이용자번호(아이디)를 바꿔가며 여러 사람을 가장해 스터디 구성원 모집글을 올렸다. 문제의 운영자는 동일하게 서울의 한 카페를 모임장소로 제시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스터디 운영자는 해당 카페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영자는 지원자들이 모이면 회당 5,000원의 비용을 받고 ‘모임은 알아서 하라’ 는 식으로 방치했다. 일부 지원자들은 “더러 모임이 열려도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이 멘토를 자칭하며 나타나 훈계만 잔뜩 늘어놓고 갔다”고 전했다. 김 씨는 “취준생을 대상으로 못된 짓을 하는 게 화가 난다”며 “피해액이 5,000원이어서 신고하기 애매하고 시간 여유도 없어 그냥 욕 한 번 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모임 회비를 미리 받고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알려줘 취업 준비생들을 골탕 먹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피해를 본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피해 액수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신고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취준생을 상대로 한 사기성 스터디가 근절되지 않고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사전 입금이나 지나치게 개인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스터디의 경우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며 “스터디 가입 전에 모집 글을 작성한 글쓴이의 아이디, 연락처, 모임 장소 등을 포털에서 검색해 스스로 신뢰성을 판단해 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거짓 스터디 모임이나 취업을 빙자한 금전 요구로 피해를 본 경우 금융감독원(1332)이나 고용노동부(1350)에 신고하면 된다.
전근휘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