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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8년을 기다렸다” 외교문건 폭로 어산지 처벌 낙관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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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8년을 기다렸다” 외교문건 폭로 어산지 처벌 낙관 보도

입력
2018.11.16 17:00
수정
2018.11.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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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19일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중인 줄리안 어산지가 외부와의 소통을 금지한 에콰도르 정부의 방침을 받은 후 어두운 표정으로 발코니 창문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작년 5월 19일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중인 줄리안 어산지가 외부와의 소통을 금지한 에콰도르 정부의 방침을 받은 후 어두운 표정으로 발코니 창문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를 비밀리에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8년전 미국 외교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십만 건의 문서를 폭로, 1급 수배대상에 오른 어산지를 그가 머물고 있는 에콰도르에서 넘겨 받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어산지를 비밀리에 정식 기소했다. WP는 ’그가 체포되기 전까지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미국 검사보의 발언이 담긴 문건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가 적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미 사정당국은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된 문건은 미 법무부의 실수로 공개됐다. 이 문건은 버지니아주에서 8월 22일(현지시각) 열린 어산지의 성범죄 재판관련 기록인데, 어산지를 기소했다는 검찰 진술을 담고 있었다. WP는 “(성범죄 재판) 피고의 장인이 테러리스트 법과 관련해 유죄 판정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검찰이 이를 이용해 피고의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어산지가 기소됐다는 정보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다만, 위 사건과 위키리크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문건은 11월 초 시무스 휘게스 조지워싱턴대 극단주의프로그램 부학장이 법원 기록을 수집할 목적으로 공개를 청구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어산지는 2010년 이라크 전쟁 등과 관련된 미 국무부의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폭로해 1급 수배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처음엔 “전세계에 미국 대외 정책의 민낯을 보여준 언론인”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제보자나 비밀 요원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에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의 이메일을 해킹한 러시아가 폭로 수단으로 위키리크스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에도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 독살기도 사건에 대해, 러시아를 옹호하는 트윗을 남겨 영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현재 어산지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6년 째 ‘쪽방 망명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폭로 직후인 2010년 스웨덴으로 도피했으나 성폭행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뒤 에콰도르에 망명을 신청하는 방법으로 피신한 것이다.

WSJ도 같은 날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 어산지를 미국 법정에 세워 처벌하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낙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산지가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며 ‘박해 받는 언론인’ 이미지가 옅어졌고, 망명을 허락했던 에콰도르 정부와도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취임한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친미 인사로, 올해 6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만나 “미국과 양자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최근 미 검찰이 어산지를 미국으로 데려 올 몇 가지 혐의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정확하진 않지만 간첩법 위반은 포함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문건이 폭로된 데 대해 어산지의 변호를 맡은 베리 폴락 변호사는 “진실된 정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기소하는 것보다 더 무책임한 짓이 하나 있는데, 공개해선 안됐고 본인에게 고지조차 안 된 기소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라며, “언론 보도에 대해서 연방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은 극도로 위험한 전례를 남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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