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무기시험 지도에 절제된 반응… 펜스 “2차회담서 핵 신고ㆍ사찰ㆍ폐기 계획 나와야”… ‘정상회담 문턱 낮추기’ 시사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문턱을 낮추며 정상회담 성사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다. 미국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 만에 무기 실험 현장에 나서며 대남ㆍ대미 압박에 나선 것을 두고서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믿는다는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반발하는 대북 제재 압박의 틀은 계속 유지하면서도 정상간 담판이란 ‘당근’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첨단 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나온 이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그러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북한을 위한 더 밝은 미래 창조에 관한 많은 약속을 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북한과 이 모든 약속의 이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의 저강도 군사 행보가 북미 대화의 판 자체를 깬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상기시켜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붙잡아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의 무기 시험 시찰 보도에 앞서 이뤄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인터뷰에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문턱을 낮추는 걸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미국 NBC방송의 인터뷰에서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개발 장소를 확인하고 관련 장소를 사찰할 수 있는 계획, 또 핵무기 폐기 계획이 나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신고와 사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2차 정상회담 전에 이뤄져야 할 전제 조건이 아니라, 2차 정상회담을 통해 신고 및 사찰 계획을 도출하겠다는 의미여서 미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그러나 제재 문제에 대해선 “비핵화 계획이 이행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재 문제에선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되 정상회담 개최에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사실상 제재 완화 대신 정상회담 개최 자체를 유인책으로 제시하는 셈이다.
아울러 이는 북한 핵 문제를 정상간의 ‘톱 다운’ 방식으로 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과거의 6자 회담 사례를 들며 “6명이 한방에 들어가면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일이 해결되기까지 훨씬 더 걸린다”며 “그러나 지금은 정상 대 정상의 협상”이라며 이전 정부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 같은 미국의 전략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제재 문제를 두고 갈수록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제재 완화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한 한반도 국제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연기한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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