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출신 홍영표 원내대표, 연일 노동계 맹비난
김병준 비대위가 모셔온 전원책, 친박 대 비박 계파 갈등 재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경기회복을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노조 출신인 여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나 한국지엠 노조와의 갈등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상징적이다. 민주노총은 지난주 오전엔 청와대 앞, 오후엔 국회에서 기습시위도 벌였다. 민주당의 가장 대표적인 지지층, 즉 ‘집토끼’가 노동계라는 점에서 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딜레마적 위치에 몰린 것이다. 한편 ‘전원책 사태’로 타격을 입은 자유한국당에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반문(反文)연대’를 강조하며 리더십 회복에 총력을 쏟는 분위기다. 복당파인 김무성 의원은 물론 핵심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까지 반문연대를 띄우고 있어 보수대통합 화두가 본격화할지 관심이다. 본보 국회팀 기자들이 정치권 이슈를 놓고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국지엠 노조를 “테러” 운운하며 강하게 비판했죠. 노동계와 홍 원내대표가 언제부터 갈등관계로 돌변했나요. 집권하면 노조때 초심과 달라지나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홍 대표가 변했다고 보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 홍 대표는 사실 지난 대선 때부터 최저임금 1만원 목표가 공약에 담기는 데 부정적이었습니다. 주52시간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죠. 이미 그때부터 노동계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고 봐야 합니다.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홍 원내대표와 노동계의 갈등은 정치적 대립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가고 있죠. 몇 번의 충돌을 거치며 감정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이 깊어졌지만 당초 정부 경제정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재계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노동계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죠. 일각에선 홍 원내대표가 비판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민주노총의 기득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자극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어요.
불나방=민주노총도 사회적으로 비판받고 있어요. 1995년 출범해 노동기본권 쟁취부터 개혁에 큰 업적을 남긴 집단이죠. 그런데 이제는 투쟁과 충돌의 대명사이자 스스로 ‘권력’이 됐다는 비판이 없지 않아요. 여당내에선 민주노총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당나귀=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참여정부 때 민주노총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허리가 아픈 노 대통령에게 민주노총이 등받이가 없는 철제 의자를 내준 일화를 지금도 언급하곤 합니다.
탐구생활=시대적 상황이 바뀐 만큼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여당내 시선도 다양해졌습니다. 정부 여당에 대한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한 상태에서 의원 대부분은 민주노총이 과거 운동권 위주 투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모든 경제이슈에 양보와 타협이 아닌 대정부투쟁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부정적 시선이 대부분인 듯합니다. 다만 노동계를 잘 아는 일부 의원들은 현재 내부 노선갈등과 혼선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 상황을 감안해 무조건 적대시하고 각을 세우기보다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요. 싸울 땐 싸우더라도 누군가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거죠.
21세기소년백서=노조에 대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달라진 듯 합니다. 노 정부 초기엔 노조를 압박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이 노조를 진압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었는데 노조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노조는 사회적 약자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으니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문재인 정부에서 노조는(일부 강성노조) 정치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민주노총이 정권 창출의 지분을 요구하는 게 달라진 지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이다 말고 탄산수=민주당을 넘어 정의당을 비롯한 범 진보진영까지도 현대차, 기아차 노조 등 일부는 귀족노조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구시대적인 과격한 투쟁방식에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고요.
불나방=노동계나 진보진영과의 충돌은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해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탐구생활=노무현 정부 당시처럼 노동계에 주도권을 주고 휘둘려선 안된다는 위기의식, 노동계의 협조 없이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우려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기 전에 기선 제압을 확실히 하는 동시에 노동계의 책임성을 명분으로 고통분담에 쐐기를 박으려는 거죠.
불나방=야당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죠. 전원책 변호사 퇴출 사태가 한국당에 남긴 영향은 뭔가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몰락한 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임시 수장인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이 가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전 변호사의 ‘월권’ 탓이 크다지만 결과적으로 ‘십고초려’한 인사와의 마찰을 극복 못하고 ‘문자해고’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죠. 최대 치적이라고 자평한, 잠재웠던 계파싸움도 그 틈에 치달아 오르면서 청산대상으로 내몰린 친박계 의원들의 비대위 조기 해산 압박까지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전 변호사도 해촉 닷새 만에 “한국당은 계파만으로 작동하는 조직”이라며 추가 생채기를 냈죠.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김병준 비대위가 모셔온 전 변호사가 오히려 비대위 자체를 위태롭게 했다는 게 아이러니죠. 박근혜 탄핵 끝장토론 제안 발언으로 친박계가 부활하고, 조강특위 활동 시기를 둘러싸고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나와버렸죠. 트로이의 목마를 자기 진영에 끌고 들어온 꼴입니다. 특히나 그간 당내에서 ‘박근혜’라는 이름은 금기어에 가까웠지만 전 변호사가 포문을 열기 시작하니 친박 대 비박이라는 지긋지긋한 계파갈등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불나방=그 과정에서 반문연대 화두가 떠올랐죠. 친박이든 비박이든 서로 총질하지 말고 쇄신은커녕 일단 뭉치고 살고 보자는 얘기로 들리네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가세했는데 ‘묻지마 반문연대’인가요.
세탁기=일각에선 반문연대가 김무성 의원과 윤상현 의원의 작품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비박계는 원내대표 경선, 친박계는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치중하는 분위기에서 소외된 김 의원과 윤 의원이 손을 잡았다는 것이지요. 원내대표 경선에 비박계가 뽑힌다면, 2달 뒤 있을 전당대회는 친박계 대표가 뽑힐 가능성이 있지요. 김 의원의 반문연대 주장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비박계 의원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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