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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속의 여론] 연동형비례제 찬성 국민 66% “지역구 투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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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속의 여론] 연동형비례제 찬성 국민 66% “지역구 투표가 좋아”

입력
2018.11.17 04:40
수정
2018.11.20 15:2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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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재편에 대한 시민인식조사

10월24일 선거제도 재편과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위(이하 정개특위)가 발족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밝힌 바와 같이 정개특위 논의는 주로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 방안을 개편의 방향으로 보고 있는데,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20-23일 실시한 전국 1,000명 웹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에 대해 다수가 비판적으로 보고 있으며(심각한 문제 20%+약간 문제가 있다 52%), 연동형 비례제의 도입 취지에 대해서도 찬성여론이 과반을 넘는다. “1인 2표제를 유지하면서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되, 먼저 지역구 당선자를 채우고 나머지는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에 대해 찬성이 58%, 반대 19%로 정개특위의 선거제도 개편안은 여론의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속마음은 단순다수제 50% vs. 비례제 34%

현행 선거제도 평가와 연동형 비례제도에 대한 태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현행 선거제도 평가와 연동형 비례제도에 대한 태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과연 그럴까? 비례성을 강화한다는 규범적인 방향에 대해 여론의 지지가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여론은 다층적이며, 단일 선택지에 대한 찬반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 중 상대평가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제도원리에 대한 선호를 살펴보자. 비례제와 현행 단순다수제를 직접 비교하면 비례제 선호는 소수의견으로 전락한다. 선호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로 “지역구에서 1위 후보가 당선되는 단순다수제”를 더 선호한다는 의견이 50%, “정당 지지율 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정당명부 비례제”를 더 선호한다는 의견은 34%에 그친다. 대체로 여성, 고연령층, 보수층에서 지역구 단순다수제 선호가 과반을 넘고, 남성, 2030세대, 진보층에서 상대적으로 낮다. 입장 유보층은 여성, 2030세대, 중도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아 20%를 상회한다.

◇비례대표 47명, 많다 40%-적당 26%-적다 34%

선호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비례제 47명에 대한 평가. 그래픽=강준구 기자
선호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비례제 47명에 대한 평가. 그래픽=강준구 기자

현재 300명 국회의원 중 47명에 불과한 비례의원 수에 대해서도 많은 편이라는 비율이 40%로 가장 많았고, 적당하다는 비율은 26%였고, 적은 편이라는 의견은 34%에 그친다. 역시 남성, 2040세대, 진보층에서 적은 편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적당하거나 많은 편이라는 응답이 전 집단에서 과반을 넘는다. 연동형 비례제는 비례제 의원 수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 비례대표 의원 수에 대해 적당하거나 많다는 여론이 다수라는 점은 표면적으로는 이 제도에 대해 상당한 찬성 여론이 있지만, 실제 제도개혁 논의 과정에서 넘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비례제가 점화되지 않는 이유 ①지역 몰표 우려

현행 선거제도 문제의 이유. 그래픽=강준구 기자
현행 선거제도 문제의 이유. 그래픽=강준구 기자

현행 제도의 문제점으로 사표(死票)라고 표현되는 비례성의 훼손을 지적하는 경향이 많지만, 유권자들은 이보다 지역몰표 현상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앞서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72%(721명)에게 가장 큰 이유를 물어본 결과 낙선자를 지지한 사표 문제를 꼽은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현행 제도에 대한 불만이 비례성 강화로 쏠리지 않는 이유다. 지역대표는 국가이익보다 지역이익만 대변한다는 응답이 21%, 기타 의견이 4%에 그친 반면, 대다수가 특정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점을 지적했다. 제도개혁의 목표가 지역주의 해소에 맞춰진 것은 오랜 시간 지역주의 폐해를 경험한 결과겠지만 정치권의 지배적인 담론에 영향을 받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비례제가 점화되지 않는 이유 ②강한 정당불신

[저작권 한국일보]가깝게 느끼는 정당 유·무별 선거제도 선호.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가깝게 느끼는 정당 유·무별 선거제도 선호.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역몰표 현상이 우려되면서도 지역구 제도를 더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당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가깝게 느끼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불신층은 57%(527명), ‘있다’는 신뢰층은 43%(428명)였다. 정당불신층에서는 지역구 투표를 선호하는 의견이 51%, 정당비례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28%에 그친다. 반면 ‘가깝게 느끼는 정당이 있다’는 응답자 중 49%가 지역구 단순다수제를 선호하고, 정당비례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43%로 팽팽했다.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내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불신층(719명)에서는 비례제 지지가 29%에 불과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정당신뢰층(281명)에서는 47%로 상승한다.

◇비례제가 점화되지 않는 이유 ③인물투표-지역구 선호

정당에 대한 불신은 인물투표 선호와 지역구 투표 선호로 이어진다. ‘공천한 정당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26%(257명), ‘인물로 보고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74%(743명)에 달한다. 정당투표를 선호하는 응답자의 41%가 지역구 다수제, 43%가 비례제를 선호하는 반면, 인물투표를 선호하는 사람 중에서는 53%가 지역구 다수제, 32%가 비례제를 선호한다. 후보의 얼굴을 보지 않고 정당이 공천한 사람이 당선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비례제 선호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투표선택 요인별 선거제도 선호. 그래픽=강준구 기자
투표선택 요인별 선거제도 선호. 그래픽=강준구 기자

◇비례제가 점화되지 않는 이유 ④정치적 이해득실

정치적 이해득실도 비례제 확대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비례제 도입 시 지지하는 정당이 유리하다고 답한 사람이 37%(370명), 차이가 없다고 답한 사람이 35%(354명), 불리하다고 답한 사람은 9%(90명), 모르겠다는 응답이 19%(187명)였다. 유리하다는 응답층에서는 비례제 선호가 51%인 반면, 차이 없거나 불리하다는 응답층에서는 27~31%에 그쳤고, 모르겠다는 응답층에서는 17%에 불과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한 보수정당 지지층에서는 비례제 도입이 유리하다는 응답이 30%에 불과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층에서는 44% 수준이다. 이는 양대 정당 지지자의 과반이상은 비례제 확대에 큰 이해관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당시 정의당 지지자만 52%로 가장 높았다.

◇선거제도 재편안 직접 비교하면 비례제 선호 급감

연동형 비례제 찬·반 태도별 선거제도 재편안에 대한 선호. 그래픽=강준구 기자
연동형 비례제 찬·반 태도별 선거제도 재편안에 대한 선호.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처럼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표면적인 여론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논의되고 있는 세 개의 선거제도 개편안(소선거구제, 중선거구제, 연동형 비례제)들을 직접 비교하면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선호가 급격히 축소된다.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찬반에서 찬성자 581명 중 32%는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택했고, 34%는 지역구에서 2인 이상 뽑는 중선거구제를 택했다. 불과 35%만이 연동형 비례제를 일관되게 선택했다. 반면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찬반을 유보한 227명이나 반대한 191명의 경우 지역구 소선구제를 택한 비율이 44~50%에 달했고, 중선거구제 선호는 23~29% 수준으로 연동형 비례제를 택하는 비율은 21~33% 수준에 그친다.

본격화되고 있는 정개특위의 선거제도 재편 논의가 비례성의 확대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1) 비례성 강화의 필요성을 설득 (2) 정당 불신의 극복 (3) 대표자 직선의 기대 충족 (4) 얽힌 정치적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는 난관을 넘어야 한다. 비례제 확대에 대한 여론지지 확산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한울(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

허석재(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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