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다른 회계법인에서도 노조 설립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삼일회계법인지부는 지난 15일 설립 총회를 개최하고 초대 지부장으로 황병찬씨를 선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은 내년 주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노사간 갈등이 빚어진 게 발단이 됐다. 당초 삼일회계법인 직원들은 사측과 유연근로제 도입을 논의할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측의 입장을 대변할 인사가 단독 후보로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 황 지부장은 “노조 설립에 도화선이 된 것은 근로자대표 선거에서 회사의 부당한 개입”이라며 “우리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들은 감사 업무가 집중되는 1~3월, 7~8월에 주 8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주52시간제 도입 시 이미 포괄임금제로 시간외 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회계법인의 임금구조상 회계사들의 임금이 줄어들 우려가 있고 대체 휴무 확보 여부도 불확실하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장은 “회계사들이 자본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 뒤에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 몰린 젊은 회계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있다”며 “노조가 설립돼 회계사들이 전문가적 양심을 갖고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은 8월 말 기준 1,868명의 회계사가 근무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계법인으로, 지난 1971년 설립 이후 계속 무노조 경영을 해왔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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