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판매ㆍ광고 병의원 24곳 수사 중
서울시가 ‘강남 다이어트 주사’ 삭센다(Saxenda) 불법 판매와 광고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은 서울 39개 성형외과ㆍ피부과 병원 등을 조사한 결과 삭센다를 의사 처방 없이 판매한 5곳, 전문의약품 광고금지 규정을 위반한 19곳을 의료법, 약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삭센다는 덴마크에서 개발돼 미국 FDA에서 비만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피하지방이 많은 배, 허벅지 등에 환자가 직접 주사하는 약물이다. 성형외과, 피부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지역에서 최근 많이 팔리고 있어 ‘강남 다이어트 주사’라고 불린다. 전문의약품이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하며, 인터넷ㆍ신문ㆍ방송 등을 통한 광고가 금지돼 있다. 비만치료 외에 미용, 다이어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효과와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
민사단에 따르면 의사 처방 없이 삭센다를 판매하다 적발된 병의원 대부분 추가 구매를 위해 다시 방문하자 간단한 인적사항 확인 후 의사 진료 없이 재판매했다. 일부 의원은 가족이 대신 사러 와도 된다고 하기도 했다. A의원은 직원이 간단히 설명만 한 후 삭센다를 판매했다. 환자가 “의사 진료를 보지 않아도 되느냐”고 묻자 직원은 선택사항처럼 “원하면 보게 해주겠다”고 했다.
전문의약품은 대중 광고가 금지되지만 B의원은 병원 홈페이지에 버젓이 삭센다를 광고하면서 ‘삭빼는 주사’로 왜곡하기도 했다. 식욕 억제는 물론 지방 제거, 고혈압, 당뇨에도 도움을 주고 요요 현상조차 없는 약으로 광고하는 등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용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하는 불법적인 내용을 올렸다.
홈쇼핑에서 건강식품을 팔 듯하던 곳도 있었다. C의원은 삭센다 품귀현상이 있다면서 한꺼번에 세트로 살 것을 권유했고, E의원은 1세트(5개ㆍ75만원)를 구매하면 1개를 덤으로 주겠다고 했다.
보통 다른 약들은 의사가 진료비를 받고 발행한 처방전을 내고 약국에서 산다. 판매자가 약국이다 보니 병원에는 약 판매로 인한 별도의 추가 수익이 없다. 하지만 삭센다는 병원에서 약에 직접 마진을 붙여 팔기 때문에 판매 수량에 따라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의사 처방 없이 전문의약품을 임의로 판매하거나 불법 광고하는 경우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라 최고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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