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최측근 2명 등 연루… 직접 관여 5명에게는 사형 구형”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이 15일(현지시간) 자국 출신 미국 거주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자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국제사회로부터 사건의 최고위 배후로 지목된 바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그의 최측근들이 연루돼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측에서 카슈끄지 사건 수사를 지휘한 사우드 알모제브 사우디 검찰총장 대변인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카슈끄지의 암살 계획은 암살이 결행되기 3일 전인 9월 29일부터 준비됐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시 사우디 정보기관 2인자격이자 왕세자의 핵심 조언가였던 아흐마드 아시리가 이번 작전의 최고 책임자로써 카슈끄지를 강제로라도 귀국시키라고 명령했으며, 실제 카슈끄지를 살해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카슈끄지를 만나기 위해 이스탄불로 파견된 ‘현장 협상팀장’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암살팀’이 영사관 내에서 카슈끄지에게 약물을 투여한 후 살해했으며 사망한 후 시신을 분해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사건에 관련해 체포된 18명 중 11명을 기소하고 살해에 직접 관여한 용의자 5명에 대해서는 사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사우디 왕가가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해 왕세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사우디 검찰은 왕세자가 사건의 전모를 전혀 알지 못했으며 따라서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왕세자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아시리가 책임을 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왕세자의 다른 측근으로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그를 옹호하는 여론전을 펼친 왕실 조언가 사우드 카타니 또한 ‘암살팀’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터키 언론은 카타니가 화상통화 애플리케이션 스카이프를 통해 암살단에 직접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카타니와 아시리는 지난 10월 20일 암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사우디 정부로부터 파면됐다.
◇터키, 조사 결과 불만족… 미 재무부는 17명 제재
사우디 검찰은 조사와 관련해 터키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터키 정부는 조사 결과에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사우디 측 조사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불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카슈끄지 시신의 행방과 최고 명령자의 실체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며, 범인들이 터키로 이동해 터키 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사건은 법적으로 사우디 사법당국이 다룰 문제”라며 터키의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 재무부도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 측근 카타니와 암살단의 일원으로 알려진 마하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 무함마드 오타이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 등 17명에게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금융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무함마드 왕세자 본인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비록 사우디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카슈끄지 사건으로 인해 측근 다수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의 강경 외교 드라이브도 힘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예멘 전선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외신들은 예멘 내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압박해 호데이다 전선 방면으로 진군 중이던 사우디 주도 국제동맹군이 이날 국제사회의 휴전 요청에 응해 진군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