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과 싱가포르서 회담… “2차 북미정상회담 내년 초 열릴 듯”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5일 북핵 협상과 관련, “성급하게 제재를 풀었다가 실패한 과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후 “한국도 남북 대화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하며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일부에서 제기된 제재 완화 필요성에 우회적으로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비공개 양자회담을 가진 뒤, 미국 측 수행기자들을 만나 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이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흔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남북 대화를 존중한다”며 “남북 대화 중에도 한국은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대북제재 유엔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openly) 이야기를 나눴다”고 강조,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요청을 수용했음을 시사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문 대통령에게 미국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전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약속한 뒤 제재가 완화되면 약속 깨기를 반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작전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 언급은 1994년과 2005년 북한이 미국 등과의 핵 협상에서 일부 경제적 지원을 받은 뒤 핵 프로그램 폐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걸 가리킨다.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기와 장소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 “(2차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관련된 세부사항들을 문서화 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미국이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약화시켰다는 보도에 대해서 “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해 왔던 것 중 가장 많은 일(제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해 감사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집행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만남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뤄진 펜스 부통령 방한 이후 두 번째다. 이날 회담은 오전 11시20분에 시작됐다. 펜스 부통령을 수행한 미국 언론은 “문 대통령이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고 의자에 앉아 15분간 펜스 부통령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을 기다리는 동안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몇 차례 끄덕였다”고 소개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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