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족 급격히 증가하는데
“유색인종 억압 도구로 악용”
“엄연한 절도 행위” 찬반 팽팽
미국 수도 워싱턴DC 의회가 지하철 무임승차 처벌 기준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무임승차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도리어 처벌 수위를 낮추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찬성 측에선 빈민 흑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과잉 처벌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불법을 부추기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교통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DC 의회의 관련 소위는 14일(현지시간) 무임승차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찬성 11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현행 법에 따르면 무임승차에 적발되면 최대 300달러 벌금형에 처하거나 10일 간 구금 조치가 내려진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 50달러 과태료만 내면 된다. 범죄 기록도 남지 않는다. 개정안은 이달 말 열리는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만 남겨뒀다.
개정안 찬성파들은 무임승차 처벌 규정이 지나치게 과도하고, 흑인 등 유색인종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법 대로라면 무임승차는 형사 범죄로 간주된다. 찰스 앨런 의원은 “2달러(지하철 기본요금) 교통비를 못 냈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낙인 찍혀 직업을 구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특히 2016년부터 올 2월까지 워싱턴DC에서 무임승차로 적발된 3만 여명 시민들 가운데 91%가 흑인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흑인을 겨냥한 ‘표적 처벌’ 논란까지 더해졌다.
반대론자들은 무임승차는 엄연한 절도 행위라며, 강력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무임승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무임승차 적발 사례는 2013년 3,662건에서 2017년 1만5,348건으로까지 5배 가량 증가했다. 워싱턴DC 지하철 운영사 측은 해당 기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2,500만달러(280억원)로 추정했다. 잭 에반스 지하철 이사회 의장은 “무임승차에 대한 처벌 기준을 낮추는 것은 무임승차를 합법적으로 허용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태료를 내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논란 자체가 소모적이란 지적도 있다. 처벌 위주 정책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소득 수준에 맞춰 취약 계층에게 교통비 보조금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란 의견이 나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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