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인터뷰]
노동계에 애정 어린 제안
“대전환의 시기에 큰 틀의 전략 없이 현안만 따라 다니며 저지 투쟁만 하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이러다 노동운동이 집도 절도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사회적 대화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데 강경 투쟁에만 골몰하며 여론은 물론 ‘노동 존중’을 표방한 정부ㆍ여당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 이에 지도부 리더십이 흔들리고 조직 내 강경파 목소리가 득세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극단적 방식의 투쟁이 중구난방 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운동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김영훈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 본부장은 지난 14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선배로서 민주노총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노동계가 현안에 대한 저지 투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대로 가면 호구를 잡히는 길(위기에 빠진다는 뜻)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노동자의 권익 확대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노동운동이 정치권이 던지는 이슈를 수세적으로 따라다니며 강경 일변도 투쟁을 벌이는 것이 결국 노동운동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민주노총 패싱’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고 봤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내년 1월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국에 여당과 청와대 인사들이 비판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고도의 배제 전술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강경 투쟁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교섭 방침 없는 투쟁은 공허할 따름”이라며 “제도와 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꿔내는 것이 노조의 목적이라면 파업 등 투쟁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업만 하루 한다고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다”며 “사회적 파업을 했으면 사회적 대화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에 참여해 제도의 틀 내에서 노동자 권익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출구 전략을 고민할 때라는 뜻이다. 그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에 가입된 조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0%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를 해야 노동계가 열악한 상황에 놓인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노동계가 보기엔 실망스런 부분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내가 위원장을 지냈던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사회적 대화의 여건도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의 반대로 진척이 없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노조가 기업 내 임금 인상 투쟁에만 집중한 결과 (대-중소기업, 원-하청 간) 임금 격차가 벌어져 이중구조가 생긴 데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광주형 일자리”라며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 “사업이 처음 취지와 달리 변색된 면이 있고, 사양길로 접어드는 자동차 공장을 더 늘리는 게 맞냐는 노조의 문제제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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