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대정부투쟁 예고
여권 내부 “지지층 반발 외면할 수도 없고”… 야권은 “꽃놀이패 상황” 속웃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관련 조정기능이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힘을 잃으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지지기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개악’으로 못박고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면서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15일 여권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확대와 광주형일자리 추진을 놓고 여당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재계 측 호소를 일부 반영해야 하지만 주요 지지층인 노동계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1일 총파업에 이어 시민단체와 연대해 다음달 1일 민중대회 개최를 예고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도부 차원에서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대한 노동계 반발에 대체로 강경한 분위기다. 앞서 지난 8일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오는 20일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논의를 지켜보고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국회가 올해 안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못박은바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탄력근로제 확대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을 결의한 민주노총을 직접 겨냥해 “폭력적이고 일방적이어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화를 해서 뭐가 되는 곳이 아니다”며 “항상 폭력적 방식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 한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민주당 출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노총에 대해 “어떤 집단이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특정 집단이 삼권을 다 좌지우지한다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보조를 맞췄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어떤 집단이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기물을 파손한다면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일자리 창출의 핵심사업으로 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광주형일자리 역시 이해찬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가 민주노총에 대한 압박을 높이면서 협상이 진행될수록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당내 속내는 복잡하다. 친노동 정부여당을 표방하면서 대선 승리의 지분을 주장하는 노동계의 반발을 외면할 수도 없고 정부의 사회적 대타협 성사를 위해서라도 노동계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력근로제 등 노동 정책 완화를 당내 논의없이 추진하는 것에 대한 내부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민주노총에 대해 연일 작심 비판을 쏟아내면서 지나치게 갈등화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처럼 강대강으로 가면 득보다 실이 많다”면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여야가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당론이 있는 게 아니라 다음주 상임위와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제 22일 예정된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는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하는 현 상황이 꽃놀이패에 가깝다는 평가다. 노동계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부 안이 추진될 경우 현 정권에 대한 노동계 민심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의 경우에도 이미 합의한 안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정부여당이 민주노총 등과 결별하고 국정 독립을 해야 산업 문제도 해결하고 우리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틈새를 파고들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재계에는 야당의 존재감을 알리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을 흔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야당만 좋은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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