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한지 92년 만에… 만세시위 참여했던 안맥결 여사 등 128명 포상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박열 의사의 일본인 아내인 가네코 후미코 여사가 옥사한지 92년 만에 우리 정부의 독립유공자로 인정됐다.
국가보훈처는 17일 제79회 순국선열의 날을 계기로 가네코 여사 등 여성 32명을 포함해 총 128명의 독립유공자에게 건국훈장과 건국포장, 대통령표창을 추서한다고 15일 밝혔다.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는 가네코 여사는 식민지 한국인의 처지에 공감해 박문자(朴文子)란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박열 의사와 함께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에 저항했다. 일왕 부자 폭살을 준비하다 1923년 체포돼 사형 판결을 받았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926년 7월 숨졌다.
가네코 여사는 남편 박 열사와 옥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926년 2월26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첫 공판에선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출두해 자신의 이름을 “박문자”라고 밝혔다. 같은 해 3월 최종 공판에서 박 의사와 함께 사형을 언도받자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두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는 지난해 개봉된 영화 ‘박열’에서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인 안맥결 여사에게는 건국포장이 추서된다. 안 여사는 1919년 10월 평양 숭의여학교 재학 중 만세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고,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밖에 3·1 운동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고 순국한 김학준 선생과 항일 격문을 배포하고 중국 남경 군관학교에 보낼 훈련생을 모집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박문희 선생에게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총 1만5,180명(여성 357명)이 됐다. 최근까지 포상자 중 여성 비율은 2%에 불과했지만, 이번 순국선열의 날 포상자 중 여성 비율은 25%로 기존 보다 크게 늘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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