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계의 실적 악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3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7% 증가했지만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11% 감소했다. 이익 규모 상위 20위 기업 중 현대차, 에쓰오일 등 절반 이상이 지난해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다.
1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2월 결산법인 3분기 실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결 실적을 제출한 534개사(금융회사 제외)의 7~9월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3%(2조9,730억원) 늘어난 45조8,86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5.84%(26조2,740억원) 늘어난 483조5,288억원, 당기순이익은 3.39%(1조844억원) 증가한 33조99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뭉뚱그려 보면 양호한 실적이지만 뜯어보면 양대 반도체 제조사의 호실적에 기댄 결과다. 삼성전자(3조471억원)과 SK하이닉스(2조7,352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0.93%와 73.19% 증가했다. 두 기업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11.38% 감소했다. 특히 3분기 기준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중 12개가 지난해 3분기보다 이익이 줄었다. 국내 제조업의 큰 축이던 자동차와 정유화학 업종의 부진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조2,402억원에서 2,889억원으로 76.01% 감소하며 영업이익 순위가 5위에서 20위까지 급락했다. 한국전력(-49.68%), 에쓰오일(-42.93%), 롯데케미칼(-34.27%), SK텔레콤(-22.50%) 등도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 초 코스닥 시장에서 이전 상장해 이번 분석에선 빠졌지만 시총 3위 기업 셀트리온 역시 지난해보다 44.16% 감소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제조업의 본국 회귀(리쇼어링) 등으로 전세계 제조업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내년에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전 세계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내년에는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국내의 경우 지난해 큰 폭의 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증시를 주도했던 정보기술(IT), 소재, 금융 부문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8%(9조5,049억원) 증가한 130조723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사들의 누적 영업이익은 금융지주(14.69%), 은행(32.26%), 증권(25.70%)이 증가한 반면 보험사는 0.28% 감소했다. 코스닥 상장 843개사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1.80%(441억원) 감소한 2조4,063억원,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36%(5,244억원) 줄어든 6조5,99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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