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운행 중인 50개 차종에 브레이크 결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힘없이 쑥 들어가면서 제동이 되지 않거나 한쪽 브레이크만 작동해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레이크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 사례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사고가 날 뻔 하거나 실제 사고로 이어져 승객이 다쳤다는 이야기가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 등을 통해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MBC ‘뉴스데스크’는 독일 콘티넨탈이 제작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 ABS 모듈레이터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ABS 모듈레이터 부품에서 벗겨진 아연 도금이 브레이크에 압력을 가하는 유압밸브 작동을 방해해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ABS(Anti-lock Breaking System)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1초에 수 차례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ABS 모듈레이터에 장착된 유압밸브는 차량의 네 바퀴에 개별적으로 연결돼 있다. 만약 4개의 밸브 중 오른쪽 앞 바퀴를 담당하는 밸브가 고장 나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다른 바퀴들은 제동이 되지만 오른쪽 앞 바퀴만 계속 구르게 된다. 급제동시 차량이 왼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4개가 전부 고장 나면 브레이크가 전혀 작동하지 않게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5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제동거리가 갑자기 길어진다든지, 평상시와 다르게 한쪽으로 쏠린다든지 하면 이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운행하지 말고 바로 (견인차를 불러) 정비센터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콘티넨탈 모듈레이터가 들어간 차가 국산ㆍ수입차 16개 제작사에서 만든 50개 이상의 차종”이라면서 “일부 리콜이 됐지만 지금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듈레이터를 갈아야 하는데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그랬는지 브레이크 오일만 바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BS 모듈레이터 교체 비용은 100만원이 넘지만 브레이크 오일만 바꾸면 10만원 안팎이 든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확인이 안 돼서 그렇지 예전이 이미 그런(브레이크 모듈레이터) 사고로 사망한 사례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을 좀더 생각한다면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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