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비 12개 예비시험장 운영
4곳은 보강공사 중 시험 진행
곳곳 지진 계측기ㆍ상담사 배치
수험생에 약혼시계 빌려준 경찰
고사장 착각 지각 위기 해프닝도
경북 포항에서도 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올해 수능은 1년 전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날에 치러졌다.
포항지역 수능 고사장은 여느 해 수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가족과 각 학교 선후배, 교사 등이 나와 응원했다. 또 포항시와 자율방범대 관계자들도 나와 따뜻한 차를 나눠주며 격려했다. 포항고에는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이 나와 교문에 서서 수험생을 응원하기도 했다. 올해 포항지역에는 12개 시험장에서 수험생 5,500명이 수능을 친다.
포항지역 수험생들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차분하게 시험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고사장으로 발걸음 했다.
포항 장성고에는 다리를 다친 수험생이 목발을 짚고 나타나 교문에서 가족, 친구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포항 제철고에서는 한 수험생이 입실 마감 시간 직전인 오전 8시8분쯤에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가까스로 도착해 주변의 격려와 환호를 받으며 서둘러 들어갔다.
오전 8시40분 1교시 국어시험이 시작됐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이후에도 시험장 앞을 서성이거나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등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수험생을 둔 김기영(49)씨는 “아들이 긴장하지 않고 평소 공부했던 대로 시험을 잘 치르기만 바랄 뿐이다”며 “지진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2곳 가운데 4곳은 아직 내진보강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경북도교육청과 포항교육지원청은 4곳 모두 수 차례 안전점검을 실시해 수능 시험을 치르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도교육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포항교육지원청에 지진대책상황반을 가동하고 있다. 포항과 경주지구 수능 고사장에는 지진 정도를 잴 수 있는 지진가속도계측기를 설치해 지켜보고 있다.
여기다 지진 발생 시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을 위해 전문상담사를 배치하고 예비시험장 12곳을 지정해둔 상태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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