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 청 향해 쓴소리
“경제, 위기까지는 아니나 상당히 어려워”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1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최저임금 갈등과 관련해 “김 부총리의 생각이 좀 더 옳았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남북관계 개선, 북핵 위기에는 큰 진전이 있어 (수ㆍ우ㆍ미ㆍ양ㆍ가 중) ‘수’라고 볼 수 있으나 경제 분야는 부족하고 반성할 점이 많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 폭이 조금 과도했던 것이 아닌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 정부의 일원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이 이사장의 발언이어서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김 부총리와 장 전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놓고 자주 이견을 노출해 왔다.
이 이사장은 “제가 보기에도 2년의 인상 폭은 참여정부 때보다 훨씬 크다”며 “참여정부 때 5년간 연평균 10% 정도 올랐는데 지난 2년은 각각 16%, 11%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당한 인상 폭이라는 것이 있는데, 공자 말씀대로 과유불급”이라며 “적당한 중용을 취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영세업자 등에게 월 13만원씩 일자리 안정 기금을 지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단골로 가는 식당도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을 자르고 부인이 대신 와서 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플러스'인데 고용이 감소한 것은 '마이너스'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의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도 그 폭이 적당한 수준일 때 '플러스'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두고도 “가진 사람들은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불로소득이 발생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고 하겠는가”라며 “사람들이 집 사고 전세 사는 데 돈을 쏟아 부으니 소득주도성장도 안 되고 혁신성장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 실장의 역할 분담과 관련해 이 이사장은 “부총리 ‘경제 원톱’ 체제로 갈 것 같은데 그게 맞다”면서 “정책실장은 큰 그림, 방향을 제시하고 현안은 부총리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는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어렵다”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방향은 잘 잡았으나 수단이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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