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하게 멋진 선택하고 돌아오는 거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5일 오전 8시 40분 전국 1,190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고사장 앞은 피켓을 들고 응원에 나선 후배들과 학부모로 북적거렸다. 한파 없는 포근한 날씨를 보였지만 이른 아침부터 응원에 나선 후배들은 롱패딩과 핫팩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에 마스크를 끼고도 응원 열기는 후끈했다.
수험생이 입실한 이후에도 발길을 돌리지 못한 학부모들은 한동안 교문 앞에서 서성였다. 엄마ㆍ아빠ㆍ언니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는 임은미(53)씨는 “입실은 7시 50분에 마쳤지만, 8시 40분 시험 시작 전까지는 기를 보내준다 생각하고 계속 정문 앞에서 가족들이 다 서 있을 예정”이라며 “어린애 같기만 했는데 벌써 자라서 이렇게 수능을 본다 생각하니 대견하고 또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늦둥이 딸을 응원하기 위해 큰아들과 함께 학교 앞에서 기다린다는 신수향(58)씨는 “마흔 넘어서 낳은 딸인데, 엄마가 나이가 있어 입시정보도 늦고 뒷바라지를 충분히 못해준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도 “혼자서도 잘 해내줘서 기특하고, 오늘도 평소처럼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최근 불거진 숙명여고 성적조작 사태로 인해 오히려 수능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의견도 있었다. 덕성여고에 다니는 딸을 둔 전형윤(50)씨는 “수시 전형은 계속 내신시험과 학생부 관리의 연속이다 보니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고 피를 말린다”며 “수능은 준비 기간이 오래이니 잠시 숨 돌려가며 할 수도 있고, 숙명여고 사태를 보니 오히려 더 공정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3년째 고3 담임을 하고 있다는 성심여고 매화반 담임 김주석(56)씨는 “수능 보러 오지 않는 애들이 올해도 꽤 되는 것 같다”면서 “아무리 수시 비율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수능을 앞두고 느끼는 긴장감은 그래도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을 고사장까지 늦지 않게 바래다주기 위한 ‘특급수송작전’도 이날 아침 어김없이 펼쳐졌다. 8시 5분경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에 수험생을 태우고 서울 이화외고에 등장한 한덕희(55)씨는 “할리데이비슨 동호회에서 8년 째 수험생 수송 봉사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한 명도 못 태웠다가 올해는 7시 45분에 급히 경찰서에서 호출이 와서 학생을 태웠다”며 “오늘 데려다 준 학생이 수능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날 경찰은 주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 56곳에 교통순찰차 135대와 경찰 오토바이 17대를 투입했다.
이날 수능에 임한 수험생은 59만 4,924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60만명 미만을 기록했다. 시험은 1교시 국어영역(08:40~10:00)을 시작으로 Δ2교시 수학(10:30∼12:10) Δ3교시 영어(13:10~14:20) Δ4교시 한국사·탐구(14:50∼16:32) Δ5교시 제2외국어·한문(17:00~17:40) 순으로 오후 5시40분까지 치러진다. 이날 응시생들은 오전 8시10분까지 모두 입실을 마쳤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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