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5일 오전 전국 고사장은 긴장된 표정으로 시험을 맞이하는 수험생과 이들을 차분하게 응원하는 학부모, 후배들로 붐볐다.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은 입실 시간 전인 오전 5시 30분쯤부터 응원단으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선배들에게 나눠줄 핫팩, 초콜릿 꾸러미를 나눠가졌다. 응원은 구호나 북소리 없이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딱풀처럼 딱! 붙자!’, ‘두루마리 휴지처럼 술술, 잘 풀고 잘 찍자’ 등 기발한 문구의 피켓이 긴장된 수험생의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강남구립 역삼청소년 수련관 소속 밴드부 선배를 응원하러 왔다는 김형주(17)군은 “선배들이 1년 동안 잘 준비한 만큼 실수만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끝나고 맛있는 고기를 함께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풍문고 부학생회장 신재열(17)군은 “잠을 2시간 밖에 못 자고 오전6시쯤 나왔다”며 “조용하게 선배들에게 기를 불어넣어주겠다”고 말했다.

오전 6시 30분이 되자 트레이닝복 차림에 도시락통을 든 수험생들이 교문 안으로 속속 들어섰다. 이날 서울 아침 기온 5도로 다소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15도 까지 오른다고 예보된 만큼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이 대다수였다. 마중 나온 부모님에게 “잘 보고 올게요”라고 말하며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응원단보다 더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긴장을 풀어보기도 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암기 노트를 눈에서 떼지 않는 수험생도 보였다.
부모들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힌 부모들이 많았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 고시원에서 혼자 재수생활을 견딘 딸을 응원하기 위해 전날 올라온 강경희(49)씨는 “고된 재수 생활을 잘 견딘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점수가 어떻게 나오든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딸이 은광여고에 다니는 조부자(47)씨는 “우리 딸이 나보다 더 씩씩해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급 수송 작전’은 이날도 진풍경을 연출했다. 입실 마감을 10여분 앞둔 오전 8시쯤 수도방위사령부 헌병 오토바이를 탄 40대 늦깎이 수험생이 고사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5분 뒤에는 성동경찰서 소속 순찰차가 경찰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개포고에 도착하기도 했다. 왕십리역 인근에서 개포고까지 14㎞ 거리를 15분 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모범운전자회 최규식(70)씨는 “내 손주들이 시험 친다는 마음으로 뿌듯하게 교통 정리했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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