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탈자들 “변호사시험 5번 떨어졌다고 평생 응시 금지… 억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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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들 “변호사시험 5번 떨어졌다고 평생 응시 금지… 억울해요”

입력
2018.1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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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서 3년간 억대 투자했는데…” 눈물 

 경력 단절되고 전문 법지식도 활용 못해 

 “수십년 인생 낭비하는 것보다 낫다” 목소리도 

로스쿨 졸업생들이 지난 7월 변호사시험 응시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오탈누나 제공.

오탈자(誤脫字)의 사전적 정의는 ‘잘못 쓴 글자(오자)와 빠진 글자(탈자)를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로스쿨에서 통용되는 오탈자(五脫者)는 그 뜻이 좀 다르다. 로스쿨 3년 과정을 마치고 치르는 변호사시험에서 다섯 번 탈락한 사람을 가리킨다. “인생 긴데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라”고 격려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로스쿨 과정을 마친 뒤 5년 이내에 딱 다섯 번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정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때문이다. ‘억소리’ 나는 등록금을 쏟아붓고 3년간 고군분투했어도 다섯 번의 기회 안에 합격증을 얻지 못하면 영영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이 무시무시한 제한 탓에 로스쿨생 사이에선 “너 그거 거짓말이면 오탈한다”는 엄포마저 통한다.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진학하는 전문대학원에 응시기회와 횟수 제한을 둔 건 수험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에 세월을 낭비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두자는 취지다. 과거 사법시험에 수십 년간 매달리고도 끝내 합격하지 못한 장수생들의 전례를 참고한 것이다.

 ◇“평생응시금지 납득 못해” 

오탈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섯 번 떨어졌다고 평생 응시를 금지하는 건 위헌”이라는 주장부터 “알고 입학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냐”는 체념까지 반응은 다양하다. 나름의 이유로 응시기회를 모두 잃어버린 로스쿨 졸업자는 응시제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예외는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간호사로 일하다 로스쿨에 입학한 최미영(가명ㆍ39)씨는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두 번째 응시하던 2014년 시험을 두 달 앞두고 출산했다. 산후조리 3주 만에 독서실로 향했지만 불합격했고 건강마저 악화했다. 설상가상 척수성 근위축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는 신생아를 돌보느라 수험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을 찾았지만, 겨를 없이 몇 년을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최씨에게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최씨는 아이의 치료를 선택한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엔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는 동안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아무런 우회로도 없이 시험을 선택하거나 포기해야만 하는 제도는 분명 문제라고 봅니다. 로스쿨 졸업 후 5년이 지나 교육 효과가 사라졌다고 평생 시험을 못 보게 하는 대신 재교육 기회를 주는 방법이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주연(가명ㆍ36)씨는 졸업 후에야 법학이 비로소 소화됐는데 이제는 기회가 없다고 토로했다. 법대 졸업 후 사회 경험 없이 로스쿨에 진학한 김씨가 세상만사를 두루 다루는 방대한 학문인 법학을 머리로 이해하고 통달하기는 어려웠다. 수업시간에 암기로 욱여넣던 법지식은 캠퍼스를 떠나 사회경험이 좀 쌓이니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옛 사법시험처럼 한정된 지식을 외우고 경쟁하는 로스쿨의 현재 교육 방식이 효과적인지 의문이 듭니다. 로스쿨은 당초 각기 다른 경력과 지식을 갖고 입학한 사람에게 법지식을 더해 ‘지식의 총량’을 늘리도록 설계됐는데, 지금은 법률가들의 시야를 좁히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씨 등 로스쿨 졸업생 16명은 지난 8월 변호사시험 응시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는 변호사시험 응시기간을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내 5회로 제한하고, 오로지 병역의무 이행만을 5년 제한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합격률에 따른 서열화가 해를 거듭할수록 공고해지면서 ‘로스쿨 반수열풍’도 지속되고 있다.

 ◇경력은 단절되고, 법지식 활용 어려워 

최미영씨는 회사 경력이 7년이나 되지만 로스쿨에 3년 간 재학하고 5년 간 변호사시험을 치르느라 8년을 보냈다. 경력보다 로스쿨에 다니고 수험생으로 보낸 시간이 더 길다. 변호사 자격증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지난해 보험사를 상대로 낸 태아보험 소송에서 받아낸 승소판결만이 그의 법 지식을 증명한다. 그는 “단절된 경력도, 로스쿨을 졸업하며 받은 전문석사 자격도 인정받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며 한숨지었다.

보통 법률문제가 발생하면 변호사를 구하기 전 로스쿨을 졸업한 지인을 찾는다. 그러나 로스쿨 졸업자가 시간을 들여 전문지식을 나눠주고 해결책을 제시해도 상담료를 받을 수 없다. 변호사 아닌 사람이 유료로 법률상담을 하거나 소송ㆍ수사를 위한 법률문서를 작성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 변호사법 제109조 때문이다. 김주연씨는 주변에 법률상담을 해줄 때마다 ‘자격이 없다고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3년 간 비싼 등록금을 내고 습득한 전문지식인데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공짜가 되어버립니다.”

변호사시험에서 3차례 고배를 마신 뒤 일찌감치 취업전선에 뛰어든 김순웅(가명ㆍ36)씨는 “경력 단절 기간을 줄이려면 차라리 시험 응시기회를 3회로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해 두해 지나며 실력은 제자리 걸음이고, 변호사시험에 못 붙을 걸 알면서 기회를 버릴 수는 없으니 스스로와 가족들에게 희망고문하며 시험을 쳤습니다. 하지만 머리에 담긴 법지식은 일반 대학원에서 배운 것과 차원이 다르죠. 로스쿨 졸업한 비변호사를 전문석사로 인정해주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의 한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한 오재철(가명)씨는 올 초 중소기업 면접에 갔다가 민망한 일을 겪었다. ‘로스쿨 졸업자’를 뽑는 법무팀 직원 채용 면접에서 그를 “오 변호사”로 부른 것이다. 오씨는 “저는 변호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면접관들은 변호사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그의 설명을 들은 뒤 어색하게 면접을 마무리 지었다. 물론 합격통보는 받지 못했다. “지원자격이 ‘변호사’가 아닌 ‘로스쿨 졸업자’이길래,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3년 간 공부하며 쌓은 법지식과 로스쿨 졸업장인 전문석사 자격을 인정해주는 곳으로 여겨 이력서를 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를 아는 로스쿨 교수는 “의대를 졸업하면 대부분 의사가 되듯 로스쿨을 졸업하면 으레 변호사자격을 얻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변호사시험에 떨어진 졸업자들이 종종 웃지 못할 일을 겪는다”고 부연했다.

로스쿨 과정을 마친 뒤 5년 이내에 딱 다섯 번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정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때문이다. ‘억소리’ 나는 등록금을 쏟아붓고 3년간 고군분투했어도 다섯 번의 기회 안에 합격증을 얻지 못하면 영영 변호사가 될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실패사례, 숨기지 말고 연구해야 

“내 인생은 오갈 곳 없어졌다”는 한탄은 오탈자들이 겪는 실상이다. 응시제한 규정으로 ‘고시 장수생’ 처지는 면했지만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면 ‘취업준비 장수생’이 되기도 한다. 기업 법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졸업자들도 적지 않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못 찾아 수험생활로 쌓인 채무에 허덕이는 사람도 있다.

김주연씨는 인터넷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오탈누나’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며 오탈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은다. “실패사례를 숨기지만 말고 연구라도 해야 발전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의대 유급생에 대해서는 연구논문이 있는데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은 하릴없이 방치되고 있어요. 학비와 졸업 후 수험생활로 빚이 5억원인 사람도 있습니다. 오탈자 규모가 축소된 통계를 접하는데, 현실을 숨기지 말고 연구해야 발전이라도 있지 않겠습니까.”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박수현 인턴기자

※대형로펌 취업 변호사들의 출신 대학과 로스쿨에 대한 전수조사 내용은 인터랙티브 그래픽(http://interactive.hankookilbo.com/v/lawfir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가 최근 3년(2016~2018년)간 국내 대형로펌 5곳(김앤장ㆍ광장ㆍ태평양ㆍ세종ㆍ화우)에 취업한 변호사 322명의 출신 대학과 로스쿨을 전수조사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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