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도 대표 “30년 찍은 사진 엄선해 전시… 많이 오시라”
탑리버스정류장이 추석 전인 9월14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정류장 매표소가 있는 15㎡ 남짓한 대합실 공간이다. 이름은 ‘해암(海巖) 김재도 갤러리’다. 해암은 김 대표의 호다.
갤러리에는 ‘독도의 바다’, ‘동도에서 바라본 서도와 겨울바다’, ‘독도 일출’ 등 김 대표가 직접 찍은 13점의 독도 사진이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국내 유명 사진작가들의 사진집 700권도 문고에 꽂혀 있다. 가히 독도갤러리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13일 갤러리를 둘러보던 의성 주민 김시활(53ᆞ식당업) 씨는 “갤러리가 생긴 후 썰렁한 정류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평소 볼 수 없던 앵글의 독도 사진을 보니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대표의 또 다른 이름은 독도사진작가다. 그는 1980년 독일에서 광부로 일하다 귀국한 산업전사로부터 로레이 카메라를 샀다. 85년에는 유럽을 다녀온 동생이 핫셀블라드를 선물로 줬고, 의성에서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던 80년대 말에는 캐논 카메라도 장만했다.
2002년 우연히 경북경찰청장을 따라 독도를 다녀온 김 대표는 2011년 경찰청 초청으로 독도 홍보영상을 촬영하면서 본격적인 독도 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당시 헬기 3대가 독도에 갔는데 다들 울릉도에서 숙박할 때 혼자 독도에 남아 사진을 찍었다”는 그는 “헬기서 본 독도 일출이 압권이었다”고 회상했다.
2013년 경북 안동의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과 국회에서 독도특별전시회를 열기도 한 그는 사진 필름만 20만장을 갖고 있다. 그 중에는 의성지역 400개 마을을 다니며 발로 찍은 사진도 상당수다.
“내년 초에는 내 고장 의성의 사진을 걸겠다”는 그가 갤러리에 착안한 것은 의성군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군이 올해 환경개선 차원에서 의성 지역 4개 정류장을 리모델링 하면서 김 대표가 갤러리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김 대표는 “승객들이 찾는 공간을 썰렁하게 비워놓기가 아까워 30여 년간 찍은 사진을 엄선해서 전시하고 있다”며 “계절마다 한 번씩 사진을 바꿔 달 계획이니 많이 감상하러 오시라”고 당부했다.
의성=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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