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가능성 낮게 보고 주가 상승 노려… 일각선 “위험한 도박”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14일 금융당국으로부터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아 주식 거래정지와 함께 상장폐지 심사 대상으로 전락할 기로에 섰음에도 주가는 이틀간 17%나 상승했다. 이러한 중징계가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였음에도 강력한 매수세가 발동한 이유에 대해 투자자들이 상장폐지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데다가 거래 재개 때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는 6.7%(2만1,000원) 상승한 3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0만원선까지 무너졌던 주가가 전날(9.8%)에 이어 급등세를 이어간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삼성바이오 주식 60억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보유율을 0.12%포인트(8.95→9.07%) 늘렸다. 다만 이날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 조치로 삼성바이오 주식은 당분간 거래가 중지됐다.
증선위 의결 직전 활발한 주식 매수가 이뤄진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가 중징계를 받더라도 상장폐지까진 이르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거래소는 향후 15영업일 안에 삼성바이오를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회부할지를 판단하며 회부 땐 기업심사위가 20영업일 이내에 상장유지, 개선기간 부여, 상장폐지 가운데 조치를 내리게 되는데, 지금까지 상장폐지 심사 회부 검토 대상이 됐던 기업 16곳 가운데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인해 상장폐지된 사례는 없었다. 실질심사가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공익 실현 및 투자자 보호 등 여러 측면에서 이뤄진다지만 과거 분식회계 기업 사례를 보면 재무적 건전성이 주된 평가 대상이 된 까닭이다. 지난해 한국항공우주(KAI)는 재무건전성을 인정받아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6거래일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대우조선해양이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 3개월간 거래가 정지됐던 것 역시 재무건전성 문제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징계 수위와 상장폐지에 대한 불안감이 삼성바이오 주가를 짓눌러온 만큼 거래가 재개될 경우 악재를 떨쳐내고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되지 않는다면 분식회계 혐의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의 대립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해소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다시 상승할 거라 섣불리 점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안도감이 반영돼 주가가 상승했지만 앞으로 검찰 고발 등의 조치가 영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거래 재개 이후에도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라고 결론이 났다는 점으로도 시장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걷혔다’며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업황이 좋지 않은 점까지 감안하면 위험성이 큰 매수세”라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