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에선 올해 93세인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의 한국 예찬론이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를 주창하며 유명해졌던 마하티르 총리가 “한국은 우리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ㆍ아세안 정상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정상회의 중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돌아가면서 말씀을 하셨는데, 그 중에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발언이 인상 깊었다”며 소개했다.
마하티르 총리의 발언은 이렇다.
“한국은 한때 아시아의 은둔국가로 평가 받았으나 이제는 아시아 경제 발전에서 선두를 달리는 첨단국가로 성장했다. 특히 산업기술, ICT(정보통신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선진국가로서 우뚝 섰다. 과거에는 말레이시아보다 못사는 나라였는데 최첨단국가가 됐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에 수많은 학생들을 유학 보내고 있다. 많은 것을 한국에서 배우고 싶고, 이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도 선진화를 달성하기 바란다. 한국 성장의 비결을 배우고 싶다.
한국은 또 대외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자세를 바꾼 것을 알아채고 그 진정성을 평가해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고 우정을 쌓고 있다. 북한이 하룻밤 사이에 군사 역량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도발 행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과거와 같은 한반도 군사 긴장도 사라질 것이다.
2차 태평양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발화점은 한반도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한국은 우리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마하티르 총리 연세가 아흔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연설을 하실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마음을 담아서 말씀을 하는 게 느껴졌다”며 “특히 1차 태평양전쟁(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던 세대로서 2차 태평양전쟁에 대해서 말씀을 했던 것도 저는 인상 깊게 들었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령 총리인 마하티르 총리는 22년간 집권했다 은퇴한 지 15년 만인 지난 5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시아적 가치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시아적 가치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는 서구식 민주주의는 아시아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유교 이념에 따른 공동체 이익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 등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하티르 총리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등이 이를 앞세워 경제 개발을 이끌었다.
싱가포르=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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