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3인분에 20개… 일회용품 중독된 ‘배달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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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 3인분에 20개… 일회용품 중독된 ‘배달왕국’

입력
2018.11.19 04:40
수정
2018.11.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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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주문 하루 100만건… 최대 2000만개 사용 추정

정부, 실태파악 못해… “커피전문점 컵 규제만으로 한계”

배달앱 주문 통한 하루기준 일회용품 배출량 _송정근기자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S분식전문배달업체 매장. 11시를 넘어서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전화를 통한 배달 주문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평일 낮 시간대라 근처 사무실과 학교에서 3, 4인분씩 주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버터볶음밥, 에그스팸롤, 떡순이 모듬(떡볶이와 순대, 튀김)’ 주문이 들어오자 매장 운영자인 김모(52) 대표는 검정색 플라스틱 용기 3개에 나눠 담은 음식,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우동국물과 단무지 1개(작은 커터 포함) 및 간장 1개, 플라스틱 숟가락, 나무젓가락 각각 4개, 소스봉지 1개를 큰 비닐봉투 안에 능숙하게 담았다. 한 주문에만 무려 20개의 일회용품이 사용됐다. 이날 오전에 16개의 주문이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이 매장에서만 320개 안팎의 일회용품이 소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배달 전문업체를 통해 음식을 배달하는데 주문당 배달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용산구 H도시락전문배달업체 매장. 이날 오전에만 단체 140인분, 개인과 매장 내 주문 70인분 등 총 210인분의 주문을 소화했다. 1인분 당 본사에서 도시락 반찬 가짓수에 맞춰 디자인한 플라스틱 용기와 된장국용 플라스틱 용기 및 각각의 뚜껑, 플라스틱 숟가락, 나무젓가락, 비닐봉투 등 최소 7개의 일회용품이 사용된다. 매장 내에서도 3명의 손님이 식사 중이었는데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 제공하지만 숟가락과 젓가락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매장 점주 박모씨는 “도시락의 특성상 반찬이 섞이면 안되기 때문에 별도로 제작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품을 적게 사용하고 싶지만 직원들의 업무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수저는 일회용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도시락 전문매장에서 직원이 도시락 포장을 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환경부가 지난 8월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면서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 실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은 어찌 보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배달의 왕국’이라 불릴 만큼 배달과 테이크아웃 수요가 날로 팽창하면서 관련 일회용품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와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18일 환경부와 배달 앱 업계 등에 따르면 배달 앱이 활성화화면서 음식배달서비스 시장은 매년 급팽창하고 있다. 배달 앱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3조원 규모로 10배 가량 커졌다. 배달 앱을 이용하는 전체 이용자 수도 이 기간 87만명에서 2,500만명으로 불어났다.

배달 시장이 커질수록 일회용품 사용 또한 급증할 수밖에 없다. 배달 앱 업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주문건수는 약 100만건. 배달음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치킨이나 피자처럼 반찬 가짓수가 많지 않은 경우에도 단무지나 피클, 소스를 담는 플라스틱 용기, 소스봉지, 이를 담는 비닐봉투 등 최소 3개 이상의 일회용품이 사용된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분식이나 족발, 보쌈의 경우에는 마늘, 쌈장 등을 담는 용기들도 필요해 최소 10개, 많게는 20~30개에 달하는 일회용품이 배출된다. 이를 감안하면 배달 앱 주문을 통한 하루 기준 일회용품 배출량은 적어도 300만개, 많게는 2,000만개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배달음식 시장 중에서 배달 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 수준이어서 전체 배달음식으로 인한 실제 일회용품 배출량은 이 보다 3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음식을 통해 하루 배출되는 일회용품이 아무리 적어도 1,000만개 이상에 달할 거라는 얘기다.

무섭게 팽창하는 배달앱 시장 _송정근기자

음식 배달뿐 아니라 테이크아웃 음식 전문점들의 일회용품 배출도 상당하다. 같은 날 낮 점심시간 테이크아웃 전문 도시락브랜드 C도시락의 서울 신촌 매장에는 70여명의 손님이 매장을 찾았다. 이중 40명은 매장 내 주문, 30명은 테이크아웃을 해갔다. 가맹점 대부분은 테이크아웃 위주이지만 이곳은 직영 매장으로 매장 내 이용이 더 많은 경우였다. 이 매장에선 매장 내에서 먹든 테이크아웃을 해가든 모두 종이용기와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고 있었다. 이 매장 점장은 “하루 평균 종이용기는 250개, 플라스틱 용기는 80개 가량이 사용된다”며 “올해 안에 매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기는 모두 다회용품으로 교체할 예정이지만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C도시락 본사 관계자는 “플라스틱 이용에 대한 우려가 많아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의 경우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과 테이크아웃 음식점들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직장인 김현주(27)씨는 “아침용으로 스티로폼 박스에 5일치 샐러드 5개를 한꺼번에 배송 받는다”며 “특히 샐러드의 경우 개별포장이 되어 있어 신선한데다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어 일회용품 사용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분식전문배달업체 S지점에서 배달될 음식들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고은경 기자

이처럼 배달에 따른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려면 대체재가 있어야 하는데 배달과 테이크아웃의 경우 대체제가 없어 무작정 규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방치하면 배달 시장에서의 일회용품은 갈수록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커피전문점 등 손 쉬운 규제만으로는 생색내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배달 비용 부담을 늘려서라도 친환경 일회용품이나 다회용기 사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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