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500포인트를 돌파한 지난해 11월 증권사들이 내 놓은 ‘2018년 증시 전망’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코스피가 적어도 2,250~2,400포인트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 증권사는 호기롭게 ‘코스피 3,000’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권사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아직 올해 증시가 폐장하려면 달포 정도 남았지만 코스피는 이미 2,000대로 추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또 다시 대부분 현재 수준보다 20% 이상 높은 내년 전망치를 내 놓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증권사들의 코스피 내년 목표치는 2,350~2,400포인트가 가장 많다. 다만 내년 코스피 하단은 1,900포인트대로 잡은 곳이 많다. 그러나 적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은 더 이상 증권사 전망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리서치 전망 포럼을 열고 내년 코스피 전망을 발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코스피 지수를 1,850~2,35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1,900~2,400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두 회사가 발표한 전망치(신한금융투자 2,250~2,800, 하나금융투자 2,350~2,900)보다 최대 500포인트 낮춰 잡은 수치다.
증권사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업 이익 증가율이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 팀장은 “국내 경제를 견인하던 수출이 반도체 업황 기대 약화, G2 무역전쟁으로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중간 패권 경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지수가 커진 것이 문제”라며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등 장기 투자 자금들이 국내 주식 비중 조절에 나서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의 비중 변경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도 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삼성증권(최고 3,100)과 KB증권(최고 3,060)이 올해 3,000포인트를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코스피가 지난해 21.8%나 상승하자 활황 분위기에 지나치게 편승한 셈이다. 증권사들은 당시 미국의 금리 인상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미중 무역전쟁까지 예측하진 못했다. 하반기 들어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꺼지면서 투자자들은 부정적 변수에 대해 과잉 반응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공황은 폭락장을 연출했다. 이런 분위기는 증권사 내년 전망 보고서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낙관론이 항복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내년 주식시장 환경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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