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친박(근혜)이 어디 있고 비박이 어디 있냐, 당이 망했다고 뛰쳐 나갔다가 아무런 말도 없이 들어온 사람들과 이 당을 꿋꿋하게 지켜온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친박계 의원)
“자유한국당은 굳이 계파를 구분한다면 친박, 비박이 있을 뿐이지 무슨 파가 그렇게 많습니까?” (김성태 원내대표)
‘친박계ㆍ비박계냐, 복당파ㆍ잔류파냐’ 그것이 문제로다. 자유한국당이 다음달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세 싸움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네이밍(namingㆍ이름짓기) 싸움도 치열하다. 어떤식으로 계파를 표현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가 결정되는 만큼, 이를 두고 물밑에서 여러 얘기들이 오간다.
우선 '친박ㆍ비박'은 비박계가 선호하는 이름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4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은 굳이 계파를 구분한다면 친박, 비박이 있을 뿐이지 무슨 파가 그렇게 많습니까?”라고 반문했다. 6ㆍ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책임소재를 놓고 계파싸움이 벌어졌을 때도 “한국당에 잔류파라는 것은 저는 들어보지 못했다. 친박과 비박만 존재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친박ㆍ비박은 탄핵 프레임을 기반으로 유권자들에게 단순하고 강렬한 호소력을 지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당했기 때문에 ‘박근혜’라는 이름은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비박계가 친박ㆍ비박 구분을 선호하는 이유다. 이를 증명하듯 친박계 대표주자인 김진태 의원은 지난 7월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친박·비박 대결 구도는 김 원내대표가 원하는 구도”라고 꼬집은 바 있다.
‘복당ㆍ잔류’는 ‘친박ㆍ비박’에 비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분류다. 특정한 상징적 인물을 중심으로 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부가 설명이 뒤따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탈당했다가, 대선을 전후로 당으로 돌아온 ‘복당파’라는 식이다. 이런 이유로 복당파는 ‘탈당파’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복당이든, 탈당이든 탄핵을 전후로 당적은 변경했다는 점은 이들에게 약점으로 꼽힌다.
잔류파는 탄핵 당시 탈당을 하지 않았던 의원들을 뜻한다. 하지만 잔류의 사전적 정의가 ‘뒤에 처져 남아 있음’인 만큼 잔류파는 ‘잔류파’로 호명되길 원치 않는다. 이들은 ‘남아 있음’이 아닌 ‘남고자 했음’을 원한다. 지방선거 이후 김무성 의원의 정계은퇴를 주장했던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 대변인인 구본철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친박ㆍ비박의 구태한 구분보다는 ‘복당파ㆍ구당파’라는 현실적인 정의가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한 중진의원은 “잔류파가 아닌 정통파로 불러달라”고 했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배신파ㆍ사수파’라는 구분도 나온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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