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합의 미루고
새 FTAㆍ관세 유예 등 논의할 듯
합의 소식에 파운드화 1.4% 급등
# 메이 英 총리, 특별 내각회의 소집
英 의회 반발이 최대 걸림돌 될 듯
EUㆍ아일랜드 역시 신중한 태도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위한 협상 초안을 마련했다.. EU와 국제 금융시장은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영국 내에서는 집권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파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어렵사리 합의한 초안에 대한 거부 운동을 경고하고 나서 내년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D데이’까지 협상이 완료될지는 불투명하다.
영국 BBC방송은 13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가 14일 오후 ‘EU 탈퇴 협정 초안 논의’를 위한 특별 내각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에 앞서 메이 총리는 13일 저녁부터 총리관저로 내각 구성원을 한 명씩 불러 초안을 설명하고 지지 약속을 받았다.
언론을 통해 일부 알려진 초안 내용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협상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합의를 사실상 유예했다. 가디언이 인용한 EU 관계자에 따르면 영국의 완전한 EU 탈퇴 전 단계인 ‘전환기’ 중에 △새 자유무역협정 체결 △’관세 백스톱(관세 유예지역)’ 수립 △전환기 연장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추가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알려진 합의안대로라면 영국이 반대해 온 북아일랜드만의 특별 관세 유예지역 설정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전환기에도 북아일랜드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 아래 무기한 남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영국과 유럽의 동상이몽 조짐도 있다. 가디언이 인용한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북아일랜드가 다른 영국과 마찬가지의 관세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EU 측 관계자는 관세 동맹이나 단일 시장 개념에서 북아일랜드가 특수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밝혔다.
초안 합의 소식은 일단 ‘노 딜 브렉시트’의 위험성을 축소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합의 소식이 나오자 한때 1.4%의 급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영국 내각뿐 아니라 유럽 27개국 외교장관이 초안에 승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어 25일 열리는 EU 27개국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인 합의안 서명을 마치고 나면 영국 의회가 12월 중순쯤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최대 걸림돌은 영국 의회다. 애매한 합의안 때문에 강경 브렉시트파와 친유럽파를 막론하고 모두 불만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 브렉시트파는 메이 총리의 합의가 영국을 EU 통제하에 둘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은 BBC에 “영국이 유럽 관세 동맹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라며 “이는 (영국이 유럽의) 종속 국가가 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야당인 노동당은 유럽과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의 혜택을 유지하자는 ‘6대 조건’을 내건 바 있다. 다만 영국 내에서는 ‘노 딜’의 위험성이 커지는 위기 상황에 몰리게 될 경우 노동당이 메이 총리의 합의를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EU 쪽도 신중한 태도다.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 측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협상이 아직 최종 마무리된 게 아니다”라며 “EU는 (영국과의) 합의 내용을 축적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외교부 역시 “EU와 영국의 탈퇴 합의 협상은 진행 중이고 완료된 것이 아니다. 협상가들이 여전히 접촉 중이고 몇몇 문제는 여전히 중대하다”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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