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박열 의사의 배우자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여사가 17일 사망92년만에 독립유공자로 서훈된다.
박열의사기념관은 지난해 영화 ‘박열’ 개봉과 함께 시민들의 지지와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지난 4월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신청서를 제출했다. 국가보훈처는 그녀를 독립유공자로 선정하고 순국선열의 날인 17일 발표할 계획이다.
가네코 후미코 여사는 1903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출신으로 당시 아버지가 그녀를 입적시키지 않아 친척집을 전전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후 고모의 양녀로 들어가 충북 청원군 부용면(현재 세종시 부강면)에서 약 7년 동안 학대를 당하다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인들의 독립의지에 크게 감명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같은 해 일본으로 돌아와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가 됐고 1922년 도쿄에서 박열 의사를 만나 항일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독립운동을 옹호하고 일제의 탄압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박열 의사를 도와 일왕 부자를 암살하기 위한 폭탄 반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탄 반입 시도가 발각돼 사형 판결을 받았으며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일본 도치기현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1926년 사망했다.
그녀의 묘는 경북 문경읍 팔영리에 조성됐으나 방치된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있다 1973년 독립지사들이 묘역을 정비하고 기념비를 세웠다. 2003년 박열의사기념공원 조성과 함께 기념관 안으로 이장했다.
기념관 측은 2003년부터 일본의 가네코 후미코 연구회와 함께 매 홀수년 7월 23일에는 국내, 짝수년에는 일본 야마나시에서 추도식을 열고 있다.
박열의사기념관 관계자는 “부부 독립 운동가를 모시는 현충시설이 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기념관 리뉴얼과 자료수집, 학술 세미나 등을 통해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여사를 기리는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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