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트와이스 유일하게 출연
‘원폭 티셔츠’로 일본 극우 세력으로부터 ‘반일 그룹’으로 몰렸던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일본 공영방송 NHK의 최대 연말 음악 축제인 ‘홍백가합전’에 결국 초대받지 못했다. 방탄소년단과 달리 또 다른 한국 아이돌그룹 트와이스는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
14일 NHK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홍백가합전’ 출연 명단에 따르면 트와이스는 한국 가수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트와이스의 ‘홍백가합전’ 출연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방탄소년단의 ‘홍백가합전’ 출연 무산은 예견됐던 일이다. 방탄소년단 멤버인 지민의 티셔츠에 프린트된 ‘원폭 사진’을 현지 극우 세력이 문제 삼아 지난 9일 아사히TV ‘뮤직스테이션’ 출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현지 방송 출연 논의가 줄줄이 무산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NHK도 방탄소년단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검토하다 백지화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NHK가 공영방송이라 정치권 눈치를 안 볼 수 없어 방탄소년단을 ‘홍백가합전’에 세우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트와이스는 일본인 세 멤버를 앞세운 현지화 전략으로 ‘반한’ 정서의 역풍을 피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트와이스가 ‘홍백가합전’에 초대됐지만, NHK의 K팝 아이돌그룹 멀리하기는 여전하다. 10월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과 동방신기가 ‘홍백가합전’ 출연이 유력한 K팝 아이돌그룹 후보로 현지 언론에 거론됐으나, 단 한 팀도 출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동방신기는 올해 일본에서 공연으로 128만명을 불러 모아 현지ㆍ해외 가수 통틀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가수 1위에 오른 상황이었다.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 도심에서 혐한(嫌韓) 시위가 열리고 K팝에 대한 현지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국 아이돌그룹의 현지 방송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2012년 이후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K팝 아이돌그룹은 일본인 멤버가 있는 트와이스뿐”이라며 “현지 활동을 활발히 한 동방신기가 이번에 출연 명단에 빠진 건 K팝 아이돌그룹에 대한 견제가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봤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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