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복을 입은 모습까지 섹시할 수 있다니. 배우 김재욱이 그만의 소화력으로 또 한 번 ‘인생캐’를 경신했다.
“감사하죠. 사제복을 입은 모습에서 섹시하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웃음)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재욱은 지난 1일 종영한 OCN ‘손 the guest’에서 구마사제 최윤으로 분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50점은 넘은 것 같다”는 말로 평가했다.
“아쉬운 부분은 여러 가지 문제인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속도감이나 저희가 담아내야 했던 이야기들에 집중해야하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인물들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중반까지는 주인공들의 색도 중요하지만 에피소드 별로 나왔던 부마자들의 연기와 메시지의 힘이 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화평이나 최윤의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그리는 것에 집중했으면 좋았겠다는 갈증은 있었지만요.”
‘손 the guest’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엑소시즘, 샤머니즘 소재의 장르물이었다. 극의 중심을 이끄는 구마사제로 분했던 김재욱은 실감나는 구마의식으로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구마의식은 영화 ‘엑소시스트’에서부터 나왔던 클리셰인데, 구마의식이라는 게 은근히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많이 없었어요. 악령과 엑소시스트가 부딪히는 에너지 자체를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굉장히 한정적이거든요. 그 부분이 감정과 에너지, 연기 호흡으로 표현돼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너무 과해질 것 같았고, 너무 정적으로 가면 밋밋할 것 같아서 밸런스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어요. 매번 달라지는 부마자들의 연기에 따라서 같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굉장히 긴장도 많이 했었죠. 극 중 윤이의 구마의식에 나왔던 것들이 실제 구마의식대로 준비했던 것이었는데, 영대를 매는 순간의 묘한 감정, 사명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의사가 가운을 입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처음엔 어색했던 구마의식도 나중에는 편해졌었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앞서 OCN ‘보이스’ 시즌 1에서 연쇄살인마 모태구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재욱은 또 한 번 장르물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지금까지도 ‘역대급 캐릭터’로 회자되고 있는 인물이었던 만큼, 또 다른 캐릭터로 이를 넘어야겠다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자 “딱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것에 부담감도 별로 느끼지 않고. ‘이걸 넘어야지, 저걸 넘어야지’라는 생각을 하진 않는 편인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최윤이라는 친구를 어떻게 만나야할까에 대해서만 생각했었죠. 다만 최윤이 악몽을 꾸는 신에서 흑화 된 최윤을 그려야 했던 장면에서는 모태구가 조금 의식되긴 했어요. 자칫 익숙하게 연기를 했다가는 시청자 분들에게 모태구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고 최윤의 입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그 같은 고민을 벗을 수 있었어요.”
반복적인 연기 보다는 꾸준한 변화와 도전을 도모하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끔 노력하고 있다는 김재욱. 어느덧 데뷔 17년차, 30대 중반의 배우가 된 그가 지금 보여주고 싶은 연기는 무엇일까.
“딱 지금 나이에만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요. 어릴 때 ‘빨리 어른이 돼서 이런 걸 할 거야’하는 욕망이 있어도 결국 시간이 흘러야 어른이 되는 것처럼 제가 지금 50대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노력하는 것 보다 지금 나이에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캐릭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고민들과는 상관없이 잘 펼쳐낼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면서 작품을 해오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손 the guest’로 하반기를 불태운 김재욱은 올 연말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재욱은 올해에 대해 “스스로 작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좋은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단 매 순간 눈앞에 주어진 일들을 잘 해결해나가며 자신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김재욱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10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싫진 않아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거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내 안의 평화도 빨리 찾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게 노력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한 걸음씩 잘 걸어 나가고 싶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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