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라는 뜻의 ‘○○충’이라는 표현으로 동급생을 놀린 것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1부(부장 한재봉)는 대구 모 중학교 3학년 A양이 이 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A양은 지난해 1학기 같은 반 학생이던 B양의 과제 발표 시간에 ‘설명충’, ‘진지충’이라며 수 차례 놀렸고, SNS 단체 대화방에서도 비슷한 표현으로 B양을 놀렸다.
이에 B양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A양에게 서면 사과와 교내 봉사 5일(10시간), 특별교육 이수 2일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하지만 A양은 ‘학교 측 조치가 잘못됐다’며 대구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기각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A양 측은 “B양에게 사과했는데도 학폭위가 피해 학생의 주관적인 감정을 기초로 한 진술만 믿고 학교폭력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양이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른 학생들과 함께 동급생을 놀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충’이라는 표현은 사람을 벌레에 비유해 비하ㆍ비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이 문제의 언어폭력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가 가벼워 보이지 않는 만큼 학교 측이 A양에게 선도ㆍ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태헌 기자 11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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