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피복류 시중가 최대 7배로 구매해 혈세낭비
허술한 박음질, 출처도 정체불명 제품에 환경미화원 ‘외면’
서구청만 “문제없다”고 책임 회피 급급
대구 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A씨는 매년 초 구청에서 지급되는 피복용품만 받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허술한 박음질에 출처 불명의 기능성 피복류 투성이기 때문이다. 작업화는 재래시장 난전에서도 보기 힘든 제품이었다. A씨는 “디자인과 기능은 고사하고 내구성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얼마 입지 않아 해어지고 입기도 불편해서 대부분 자비로 다시 산다”며 “7만원짜리라는 작업화는 두어 번 신으면 밑창이 벌어지고 물이 들어와 짚신이라고 불린다”고 불평했다.
대구 서구청이 환경미화원 복지기금 증발사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환경미화원 피복류 구매에는 시중가의 최대 7배가 넘는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품질 나쁜 제품을 제공해 지탄을 받고 있다.
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환경미화원 129명에게 1인당 34만8,200원 짜리 작업복 상의 2벌, 방한내피, 작업모 2개, 야광조끼, 안전모, 방한장갑, 마스크, 우의, 작업화 등 총 11가지 피복제품을 구매하는데 4,500만5,800원의 예산을, 올해는 안전모를 제외한 10가지 피복제품을 구매하는데 4,334만7,900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서구청이 7만3,500원에 구매했다는 동복 작업복은 시중에서 4만3,500원, 5만4,500원에 구매한 하복 작업복은 2만3,000원, 6만4,500원이라는 방한복은 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가장 거품이 심한 피복류는 안전용품이다. 구청이 2만5,500원에 129개를 구매한 야광조끼는 시중에서 각 3,500~4,500원에 같은 회사의 동일 제품을 살 수 있었다. 7배가 넘는 가격차다. 구청이 1만3,500원에 129개를 구매해 보급한 안전모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 3,500~4,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 환경미화원은 “대량구매 시 가격이 더 낮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서구청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피복류를 사들여 환경미화원에게 제공했다”며 “브랜드 매장에 가도 서구청이 사들인 반값에 같은 제품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서구청이 제공하고 있는 피복류는 품질마저 형편없어 야외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 환경미화원은 “방수, 발수가 된다고 적힌 기능성 작업복을 입고 비라도 맞으면 물먹은 솜뭉치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통풍도 잘 안 된다”며 “고급 브랜드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내구성은 갖춰야 작업을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환경미화원은 “서구청이 제공하는 피복류 대부분이 온라인에서도 출처를 찾기 쉽지 않은 제품”이라며 “비싼 물건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는 낮더라도 내구성이 높은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구청 담당자는 “환경미화원 피복류 구매는 조합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데 구청 측이 비싸게 구매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lmg@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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