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로 상폐된 기업 없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에 들어가며 시작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이 1년 7개월여 만에 결론이 난다. 증선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선위는 14일 삼성바이오 분식 의혹에 대한 2차 심의를 벌이고 오후 5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를 둘러싼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변이 없는 한 14일 오후 최종 결과를 내 놓을 것”이라며 “다만 막판 증선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면 한 차례 더 심의를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증선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당국 안팎에선 ‘고의 분식’이란 금감원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이번 2차 심의 역시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단 이유로 시가평가를 한 게 고의 분식회계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삼성바이오는 이를 통해 2조7,000억원의 평가이익을 장부에 반영했다. 지난 7월 증선위 심의 땐 금감원이 고의 분식을 뒷받침할 만한 핵심 증거를 증선위에 제출하지 못해 결국 증선위로부터 추가 감리를 명령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이 추가 감리 기간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 정황이 담긴 내부자료를 입수해 이를 증선위에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제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이 자료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1조,8000억원)를 장부에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이 되는 만큼 이를 피하려면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그간 삼성바이오가 주장한 것과 달리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금감원 재감리 조치안을 그대로 인용할 경우 삼성바이오는 최고 수준의 징계가 불가피하다. 증선위는 가중ㆍ감경요소(21가지)를 따져 최종 징계 수위를 정하는데, 삼성바이오는 2015년 회계기준 변경으로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무려 2조원 안팎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 고발을 포함해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해임 조치 등이 뒤따르게 된다. 반대로 중과실 정도로 수위가 낮아지면 검찰 고발은 피할 수 있다. 물론 삼성바이오가 행정소송을 내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대표 해임 등의 제재 집행은 중지된다.
검찰고발이 이뤄지면 상장실질 심사도 다시 받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검찰 고발이 이뤄진 시점부터 15일 안에 실질심사 대상인지 검토하고 만약 대상이면 20일 내 상장폐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 주식 거래는 검찰 고발이 이뤄진 다음날부터 정지된다. 다만 상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지금까지 분식회계로 상장실질 심사를 받은 기업은 대우조선이 유일한데, 결국 상폐 판정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심사 땐 계속기업 가능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판단하는데 시가총액 9위 기업을 상폐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22.4%나 폭락했던 삼성바이오 주가는 이날 상폐 가능성은 낮다는 기대감에 9.8% 반등하며 31만3,500원에 마감됐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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