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들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심판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상ㆍ하원을 비롯해 10여곳에 달하는 초 경합지역에 대한 검표에서 민주당 후보가 잇따라 승리, 하원에서의 의석 격차가 40석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편 투표 등 뒤늦게 집계된 표가 영향을 미친 것인데, “엄청난 성공”이라던 트럼프 대통령 자화자찬이 무색해질 수도 있게 됐다.
12일(현지시간)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접전지역 검표가 마무리되면서 중간선거 직후 예상했던 것보다 민주당의 승리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치열한 경합 때문에 투표일 다음날 승자가 확인되지 곳에서 이후 민주당은 상원 2석, 하원 3석을 확보한 반면 공화당 승리가 확인된 곳은 하원 1석에 그쳤다. 여전히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10곳의 하원 지역구에서도 민주당이 최근 3곳에서 역전에 성공해 총 6곳에서 앞서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극적으로 승리한 곳은 애리조나주다. 줄곧 접전을 벌이던 커스틴 시네마 후보가 이날 마사 맥설리(공화) 후보를 1.7%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애리조나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이 배출된 건 42년 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최대의 성취”라고 평했다.
반면 공화당은 기존 개표과정에서 우세를 지키고 있는 미확정 지역 2곳에서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플로리다주에선 릭 스콧 공화당 후보가 빌 넬슨 민주당 후보를 앞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득표율 차가 0.15%포인트에 불과해 재검표에 돌입했다. 미시시피주의 신디 하이드-스미스 후보 역시 0.9%포인트 차이로 마이크 에스피 민주당 후보에 앞섰지만 50% 이상 득표자가 없어 27일 재투표를 하게 됐다.
경합지에서의 일방적 우세구도가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하원에서는 공화당 대비 40석 내외의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다수당 지위에 오르고, 소수당인 상원에서는 2~3석 격차 내에서 공화당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CNN은 지난 7일에는 민주당의 추가 확보 의석을 29석으로 예상했으나, WSJ은 12일 추가 확보의석이 38석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민주당(233석)과 공화당(193석)의 격차는 40석에 달하게 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선거 부정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민주당의 약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애리조나 상원 선거가 “선거 부패”라며,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스콧 후보도 플로리다주 소속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재검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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